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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이 된 무대뒤엔…‘여신동’ 있었네
뮤지컬 ‘빨래’·연극 ‘목란언니’등서 무대디자인 두각…데뷔 5년만에 첫 연출作 ‘사보이 사우나’ 무대에…
‘빨래’‘ 번지점프를 하다’‘ 목란언니’‘ 필로우맨’.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11월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이들 공연은 모두 초연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 재공연작이다.

또 다른 교집합은 무대디자인이‘ 메이드 바이(made by) 여신동’이란 점. 한 디자이너의 작품이 무려 네 편이나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공연계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여신동(36)은 요즘 주가가 한창‘ 핫(Hot)’한 디자이너다. 조명이 켜지면 관객의 시선을 맨 처음 붙드는 게 무대다.

전체 공연에 음각과 양각을 주어 주제를 한층 도드라지게 하는 무대는 그 자체로 또 다른 예술작품이다. 매 작품에서 인상 깊은 무대미학을 선보여온 여신동은 데뷔 5년 만에 직접 연출도 선보인다. 11월 1일 개막하는‘ 사보이 사우나’다. 11월에는 그의 무대만을 모아서 봐도 색다른 관극 체험이 될 성싶다.


▶“그 무대 예술인데~”=대학로 장수 뮤지컬 ‘빨래’(~내년 3월 2일 서울 동숭동 아트원씨어터2관, ~11월 10일 대구 봉산문화회관, 11월 22~23일 이천아트홀, 12월 7일 하남문화예술회관)는 여신동의 2009년 상업무대 처녀작이다. 주무대인 허름한 서울 달동네를 궁상스럽지 않게, 오밀조밀하고 정감 가는 공간으로 표현했다.

“어떤 연출, 어떤 스태프를 만나냐에 따라 무대가 달라져요. 좋은 연출을 만나면 좋은 무대가 나와요. 오롯이 제 감각으로 혼자 할 수 없는 작업이란 걸 많이 느껴요.” 최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여신동은 영감의 원천은 결국 ‘사람’과 ‘협업’임을 강조했다.

요즘 주가가 한창‘ 핫(Hot)’한 무대디자이너 여신동(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의 무대디자인 처녀작 뮤지컬‘ 빨래’, 연극‘ 나는 아내의 아내다‘’, 목란언니’, 첫 연출 데뷔작‘ 사보이 사우나’.                                                              [사진제공 =여신동]

그가 팀워크의 즐거움을 처음으로 깨달은 작품은 연극 ‘목란언니’(11월 19일~12월 29일 두산아트센터)다. 20대 평양 엘리트 출신 탈북 여성의 삶을 통해 분단 시대 남과 북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무대는 북한의 아이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초상을 정면에 바르고, 사면을 모두 배우의 이동 공간으로 활용했다. “대본 리딩만 봤을 때는 헤맸던 작품이에요. 막상 연습실에서 인철이 형(전인철 연출)이 만든 동선을 보고, 저걸 그대로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죠. ‘목란언니’는 연습실에서 모든 무대가 생각났어요.”

올 5월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의 정물화의 프레임 같은 간결하고 세련된 무대 역시 강량원 연출과의 밀착 대화의 산물이다. 공부하듯 서로의 연극, 세트, 시각미학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다가 나온 영감이다.

그런 면에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11월 17일 두산아트센터)는 아쉬움을 많이 남긴 작품이다. 연출의 구상을 모르는 상태에서 대본만으로 무대를 완성해야 했다.

인우가 칠판 위에 인연의 끈을 상징하듯 분필로 선을 그리는 첫 장면, 벽 뒤에서 앙상블이 우산을 쓰고 노래하는 장면 등은 여신동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아동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필로우맨’(11월 20일~12월 15일 충무아트홀)의 섬뜩하고 차가운 무대는 관객이 마치 취조실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무대디자인은 관객이 드라마에 더 가깝게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이에요. 어느 정도 시각적 즐거움을 주어야 하고요. 빈 무대도 무대로서의 미학이 있지만, 돈을 내고 오는 관객에게 ‘쇼’ 같은 것도 보여줘야 하죠.”

▶전라의 몸이 말한다, ‘사보이 사우나’=연출 데뷔작 ‘사보이 사우나’(11월 1~10일 두산아트센터)는 여신동이 어릴 적 다녔던 대구 동성로에 있던 실제 목욕탕 이름이다. “저는 여관에서 태어났대요. 어머님이 병원에 미처 가지 못해서 여관으로 들어가 해산하셨대요. 제게 목욕탕은 그냥 목욕탕이 아니라 낙원 또는 엄마의 자궁, 파라다이스일 수 있어요.”

등장인물은 손님과 안내데스크 직원 둘뿐이다. 대사라고는 안내데스크 직원이 말하는 인도어 몇 마디뿐이다.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고 때를 벗기는, 목욕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이 전체 70분짜리 공연의 전부다.

공연에는 누드모델 6명이 소품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전신 노출 때문에 이 공연은 19세 이상 관람가다. “첫 작품은 무조건 낯설게 하고 싶었어요. 관객이 ‘저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게끔요. 난해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낯설다’ ‘새롭다’란 소리를 듣고 싶어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정재일 음악감독이 합류했다. 음악은 관객 시야에 펼쳐지는 무언극에 풍부한 감정선을 부여하고 관객을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신동은 “뭐 대단한 도전도 아니고, 학생 때부터 늘 하고 싶었던 게 연출이었다. 나중에는 무대미술을 놓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에 대한 구상도 벌써 끝냈다. 다음에는 낙원 같은 군대 얘기라니, 남성 관객들 쌍수 들고 환영하겠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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