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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윤정호 “지난주 누나가 놓친 우승컵, 제가 갖고 올게요.”
“이 코스에서 여러번 누나 캐디백을 멨던 경험이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네요.”

30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제주CC에서 벌어진 남자프로골프(KPGA)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 2라운드. 마지막홀 그린 앞에 있던 아버지 윤용생 씨는 내내 안절부절하다 스코어를 확인하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이구, 이제야 살겠네요. 이전 홀이 그렇게 어려웠다는데, 다행히 파로 막았어요. 아들이 골프 시작한지 12년 됐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떨리네요.”

그런 아버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작 아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지막홀을 빠져나왔다. 2011년 프로 데뷔한 윤정호(22·메리츠금융). 잘 알려진대로 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활약 중인 윤슬아(27·파인테크닉스)의 남동생이다. 윤정호는 이날 날카로운 샷 감각을 앞세워 3타를 줄여 6언더파 139타로 공동 6위로 뛰어올랐다. 이번 대회선 많은 선수들이 그린을 제대로 읽지 못해 타수를 까먹기 일쑤였다. 한라산 브레이크로 착시현상이 심한 까닭이다. 하지만 윤정호는 달랐다. 매년 이 코스에서 열린 여자 프로대회에 누나 윤슬아의 캐디백을 메고 출전했기 때문에 안방처럼 편했다. 

윤정호(오른쪽)와 윤슬아-정호 남매의 아버지 윤용생 씨.

윤정호는 “여기서 여러번 누나 캐디를 했던 경험이 지금 이렇게 도움이 될지 몰랐다”고 웃으며 “아무래도 코스가 눈에 익다 보니 마음부터 편하다. 처음 쳐보는 코스인데도 전혀 낯설지 않고 원하는대로 샷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골프를 시작한 건 동생이 먼저였다. 윤정호는 아마시절 3년 간 국가대표를 지내며 송암배와 한국아마추어선수권 우승을 휩쓰는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법조인을 꿈꿨던 윤슬아는 그런 동생을 따라다니며 응원하다 도봉여중 3학년이던 2010년 뒤늦게 골프에 뛰어들었다. 

[사진=KPGA]
[사진=KLPGA]

윤정호는 무엇보다 지난주 누나가 우승을 놓친 아쉬움을 자신의 우승컵으로 풀어주고 싶다고 했다. 통산 3승째를 노렸던 윤슬아는 지난 27일 끝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2라운드까지 단독선두를 달리다 이승현 박인비에 이어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지난 2011년 6월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누나와 남동생이 같은날 나란히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하며 사상 첫 남매 동반 우승을 노렸던 것이다. 결과는 윤슬아의 프로 첫 승, 신인 윤정호의 데뷔 첫 톱10(공동 9위). 절반의 성공이었다.

윤정호는 “올시즌 시작하면서 누나랑 1승씩만 하자고 약속했다. 아직 아무도 이루지 못했다”며 “둘다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누나 몫까지 열심히 뛰어서 이번 대회서 꼭 프로 첫 승을 신고하고 싶다”고 눈빛을 빛냈다.

제주=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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