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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를린필 내한무대 서는 장현성ㆍ함경 “세계 최고 오케의 겸손함 배운다”
“내가 진짜 이 사람들과 함께 아시아투어를 가도 되나 싶은 마음이에요.”(장현성)

“굉장히 뿌듯해요. 외국 콩쿠르 우승하고 돌아온 것과 다르게 이번엔 프로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기회로 한국에 오는 거니까 남다르죠.”(함경)

세계 최고 교향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이끌고 내한하는 역사적인 무대(11월11일~12일, 예술의전당)에는 두명의 한국인도 함께한다. 바순 연주자 장현성(23), 오보에 연주자 함경(22)이다. 


둘은 지난 9월 입학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케데미의 단원이다. 이 아카데미는 25세 미만의 학생들이 2년간 교육을 받고 재정 지원도 받는 일종의 인턴쉽 과정으로, 수십대의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학생은 2년간 지도선생의 1대 1 개인 교습,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참여 기회를 누린다. 128명인 베를린 필 정단원 가운데 32명이 이 아카데미 출신. 그만큼 유럽 유수 교향악단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한국인으로는 이번 내한 주자에선 빠진 플룻 연주자 조성현(24)을 포함 3명이 있다.

내한에 앞서 29일 전화로 만난 함경은 “입학 후 지난 2개월 동안 사이먼 래틀과는 2번 연주했고, 알란 길버트와 3번, 다니엘 하딩 등 여러 지휘자들과 꽤 많이 해봤다. 지휘자마다 연주 스타일이 달라 처음에는 좀 헤맸는데, 다른 음악에 적응하는 것도 오케스트라 단원의 중요한 자질임을 알았고, 이젠 노하우가 생긴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먼 래틀의 스타일에 대해선 “어떤 지휘자는 정확하게 비트를 줘 연주자가 따라가기 쉬운데, 래틀은 비트를 주기 보단 음악을 자연스럽게 타는 스타일”이라 까다로운 편이라고 했다.


바수니스트 장현성은 “아카데미에 합격한 뒤 처음 한달은 기쁨반 걱정반으로 지냈고, 두달즘 되니까 함께 연주해보지 않은 단원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베를린에서 한 연주는 난해하고 잘 연주하지 않는 곡들이어서 처음에는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쟁쟁한 클래식 신예들이 모인 아카데미 분위기는 어떨까. 장현성은 “개성이 너무 뚜렷하다. 나쁘게 말하면 너무 기가 세다. 그 나라에서 가장 잘 하나는 애들이고 첫만남서부터 그런 프라이드가 느껴졌다”고 했다.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모인 오케스트라에 대해 장현성은 “프라이드로 가득 찬 사람들인데도 항상 몸에 겸손함이 배어있다. 겸손함을 배우고 있다”고 힘 줘 말하면서 “몇년, 몇십년을 최고들과 연주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란 시선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현성은 래틀의 인격을 엿볼 수 있는 일화도 들려줬다. 자기 소지품을 직접 챙겨서 무대 뒤로 가져가고, 단원에겐 정중하게 부탁하는 모습에서 소박한 인격을 느꼈다는 것. 장현성은 “베를린 상임지휘자 정도면 말 한마디가 바로 기사가 되는 위치인데, 정말 소박해서 놀랬다”며 “지휘자, 단원 각자 정상이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생긴거 같다”고 했다.

함경, 장현성을 포함한 베를린필 아시아투어팀은 11월4일 프랑크푸르트 준비연주를 시작으로 대만, 한국, 일본 7차례 등 11월21일까지 순회 연주한다. 11년간 베를린필을 이끈 래틀은 2018년 여름을 마지막으로 이 오케스트라를 떠난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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