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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천장, 돌아서지 말고 밀어붙여 깨라”
영화계 600억 투자 큰손 부상…‘파격발탁’ 권미경 CJ E&M 한국영화사업본부장
CJ 인사코드 신상필벌·성과·젊은 피 중용
7년 한 우물 ‘영화쟁이’…투자·마케팅 총괄
드림걸즈·쿵푸팬더·아이언맨 등 히트작 배출
“관객 많은, 관객이 사랑하는 영화 만들고파”




지난 30일 단행된 CJ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40대 초반의 한 여성 임원의 발탁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대중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CJ E&M의 권미경(41)<사진> 한국영화사업본부장. 그는 영화사업 부문 마케팅실장(부장)에서 별(상무대우)을 달며 일약 한국영화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그는 CJ의 영화 마케팅뿐만 아니라 투자업무까지 담당한다. 그가 한 해 동안 결정하는 투자금액은 대략 500억~600억원. 큰손이다. 업계에선 파격으로 받아들인다. 권미경 본부장의 부각엔 ‘신상필벌ㆍ성과주의ㆍ젊은 피 중용’이라는 CJ의 인사 키워드가 녹아 있다는 평가다.

권미경 본부장은 인생을 영화에 올인하는 ‘영화쟁이’다. 그의 커리어가 그렇다. 그는 임원 승진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저 영화를 좋아했을 뿐”이라고 자못 얼떨떨하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광고대행사 AE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꽤 잘나갔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길 수 없었다. CJ E&M의 전신 격인 CJ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해 외화 마케팅을 5~6년 했다. CJ E&M 통합법인에선 마케팅팀장을 짧게 했다. 그런데 사측에서 영화 관련 일을 맡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디즈니코리아 마케팅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06년께 CJ E&M으로 다시 컴백했다. 외국계 회사에선 임원이었지만 컴백할 땐 부장으로 직급이 내려갔다. 한국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에 그는 괘념치 않았다.

권 본부장은 “영화는 허구를 만들어낸 것이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보고 나면 꿈과 ‘아직은 세상을 살아갈 만하다’는 메시지를 준다”며 “영화는 사람에게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오락)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쟁력에 대해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광고대행사에서 소비재 마케팅을 계속 해왔고, CJ에 와서는 영화 관객에 대한 생각만 했다. 지금도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 관객이 사랑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자평했다.

권 본부장과 함께 이번에 CJ그룹 내 유일한 여성임원 승진자인 CJ(주) 노혜령 홍보기획담당 상무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고 잘하는 분”이라고 했다. 권 본부장은 ‘드림걸즈’ ‘쿵푸팬더’ ‘아이언맨’ ‘아저씨’ 등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수많은 히트작을 냈다.

여성인력 활용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 본부장은 “매우 똘똘하고 비전이 보이는 여자 후배가 육아나 조직 내부의 문제에 부딪히면 그냥 돌아서는 경우를 많이 봐 안타까웠다”며 “돌아서지 말고 밀어붙여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권 본부장의 사례에서 보듯, CJ는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신규 임원 20명 가운데 1970년 이후 출생자(만 43세 이하)가 절반인 10명에 달해 젊은 피 수혈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CJ 인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 주요 계열사에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한 게 꼽힌다. CJ가 해외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국내ㆍ해외 사업담당 대표를 따로 두는 ‘투 톱’ 시스템을 가동한 것으로, 향후 CJ의 인사 스타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기존 대표이사인 이채욱 부회장에 더해 같은 회사 글로벌부문장을 맡고 있던 신현재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앉히기로 했다. 이채욱 부회장은 내치(內治)를, 신현재 부사장은 해외를 맡는다. CJ오쇼핑도 이해선 대표와 함께 CJ헬로비전에 있던 변동식 대표를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공동대표를 맡게 했다. 변 대표보다 다섯 살 위인 이해선 대표가 해외 사업을 위해 세계를 누비게 된다.

홍성원ㆍ도현정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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