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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 둘째날> “한국오픈 2벌타 악몽…그래서 난 더 강해졌다”
1라운드 공동선두‘ 반격의 샷’김형태
다잡았던 한국오픈 우승컵 놓쳐
42년만의 메이저 2승도 물거품
1주일전 아쉬움 딛고 마음 다잡아

헤럴드 KYJ 첫날 5언더 맹타
내년엔 43년만의 대기록 도전


그의 별명은 ‘가을 사나이’. 언제나 그의 우승 소식은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왔다. 이제까지 다섯개 우승컵 중 하나만 빼고는 모두 가을에 들어올렸다. 하지만 올 가을엔 잠시 꾸고 싶지 않은 악몽을 꿨다. 하지만 해몽에 따라 그 나쁜 꿈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는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잊었다면 거짓말일 거다”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형태(36)가 올시즌 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종전인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향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지난주 한국오픈의 아쉬움을 날려버리겠다는 듯 첫날부터 매서운 ‘반격의 샷’을 휘둘렀다. 김형태는 29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제주CC에서 열린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로 공동선두에 올랐다. 11번홀(파4)서 7m 버디퍼트를 잡는 등 12번홀(파4)까지 버디 6개를 몰아치는 환상의 퍼트감각을 과시했다. 김형태는 “일주일 전 ‘사건’ 때문인지 퍼트할 때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됐다”고 했다. 일주일 전 그 ‘사건’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13번홀 벌타, 내겐 평생 짊어질 짐“=김형태는 “오늘 1라운드 도는데 후배 선수들이 다가와 아무 말없이 어깨를 주무르며 위로해주더라.(웃음) 억울하기도 하고 사실 화도 난다. 그날 일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형태는 지난 20일 끝난 한국오픈에서 규정 위반으로 다잡은 우승컵을 놓쳤다. 당시 최종라운드 13번홀(파3) 해저드 구역 내에서 클럽을 지면에 댔다(골프규칙 13-4 위반)는 경기위원들의 판결에 따라 2벌타를 받고 결국 1타 차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해 KPGA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형태가 한국오픈을 제패했다면 1971년 한장상 이후 42년 만에 한 시즌 메이저 2승의 대기록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규정 위반으로 눈앞의 대어를 놓쳤다. 김형태에 한 타 차로 뒤져 있던 강성훈(26·신한금융)이 얼떨결에 역전 우승했다. 42년만의 대기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한동안 멍한 상태였죠. 그 대회가 끝나고 바로 일본 2부 투어 대회에 출전했는데 첫날엔 한숨만 나왔어요. 경기하면서도 자꾸 그 생각이 나고. 그래도 대회는 3위로 마쳤어요. 다행히 한국오픈 끝나고 일본 2부 투어, 헤럴드 대회, 일본 Q스쿨 등 계속 집중할 목표가 생겨서 그나마 빨리 잊을 수 있어요. 다 잊었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겠죠?”

그는 당시 1시간 30분간 경기위원들과 현장을 가보고 비디오 분석을 하면서 “러프에선 빈 스윙을 할 때도 절대로 클럽헤드를 지면에 대지 않는다. 그게 내 루틴이다” “왼손을 뗐다고 하지만 오른손으로 분명히 클럽을 쥐고 있었다”며 수차례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쉽지만 결국은 내가 이겨내야할 몫이다. 평생 짊어질 짐이 될 수도 있다. 한번 내려진 결정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도 스포츠선수의 도리다. 친한 동생인 강성훈에게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했다.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로 공동선두를 기록한 김형태가 30일 이어진 2라운드에서 힘하게 티샷을 날리고 있다. 김형태는 지난 20일 끝난 한국오픈 당시 규정위반으로 인한 우승 실패의‘ 악몽’을 뛰어넘어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한 명예회복의 의지를 보였다.

▶“내 인생의 보물들, 새로운 꿈이 생겼다”=악몽같은 시간을 견디게 해 준 또 하나의 힘은 “보물같은 아들” 현민이다. 지난 9월, 결혼 7년만에 얻은 귀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휴대폰에 저장된 현민이 사진을 보고 있을 땐 완전히 잊고 있다가 다시 티박스에 오르면 또 그날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계속 아들 사진만 보고 있을 수도 없고.(웃음) 골프도 중요하지만 가정에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정말 편해요. 올해 제 성적이 좋아진 가장 큰 비결입니다.”

그는 2006년 몽베르CC오픈서 프로 데뷔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시상식장에서 지금의 아내 변희진 씨(35)에게 공개 청혼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렸던 첫 아이 출산을 앞둔 8월엔 KPGA선수권서 우승했다. 김형태는 “가정에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우승을 한다. 아들이 태어났으니 이번 마지막 대회에서도 꼭 우승컵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43년 만의 메이저 2승! 올해 42년만의 대기록에 도전했으니 내년엔 43년 만의 대기록에 도전해야죠. 분명 그 일이 제 긴 골프 인생에 플러스가 될 거라고 믿어요.” ‘가을 사나이’ 김형태의 2014년 가을 대반격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제주=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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