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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김형태 “억울하냐고요? 내년에 43년만의 대기록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의 별명은 ‘가을 사나이’. 언제나 그의 우승 소식은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왔다. 이제까지 다섯개 우승컵 중 하나만 빼고는 모두 가을에 들어올렸다. 하지만 올 가을엔 잠시 꾸고 싶지 않은 악몽을 꿨다. 하지만 해몽에 따라 그 나쁜 꿈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는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잊었다면 거짓말일 거다”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형태(36)가 올시즌 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종전인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 우승을 향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지난주 한국오픈의 아쉬움을 날려버리겠다는 듯 첫날부터 매서운 ‘반격의 샷’을 휘둘렀다. 김형태는 29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제주CC에서 열린 헤럴드 KYJ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로 공동선두에 올랐다. 11번홀(파4)서 7m 버디퍼트를 잡는 등 12번홀(파4)까지 버디 6개를 몰아치는 환상의 퍼트감각을 과시했다. 김형태는 “일주일 전 ‘사건’ 때문인지 퍼트할 때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됐다”고 했다. 일주일 전 그 ‘사건’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올시즌 마지막 KPGA 대회인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이 2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힐ㆍ오션 코스(파72ㆍ7228야드)에서 열린 가운데 1라운드 경기에서 공동 1위를 한 김형태404선수가 퍼팅샷을 놓치자 아쉬워 하고 있다. [제주=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13번홀 벌타, 내겐 평생 짊어질 짐“=김형태는 “오늘 1라운드 도는데 후배 선수들이 다가와 아무 말없이 어깨를 주무르며 위로해주더라.(웃음) 억울하기도 하고 사실 화도 난다. 그날 일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형태는 지난 20일 끝난 한국오픈에서 규정 위반으로 다잡은 우승컵을 놓쳤다. 당시 최종라운드 13번홀(파3) 해저드 구역 내에서 클럽을 지면에 댔다(골프규칙 13-4 위반)는 경기위원들의 판결에 따라 2벌타를 받고 결국 1타 차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해 KPGA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형태가 한국오픈을 제패했다면 1971년 한장상 이후 42년 만에 한 시즌 메이저 2승의 대기록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규정 위반으로 눈앞의 대어를 놓쳤다. 김형태에 한 타 차로 뒤져 있던 강성훈(26·신한금융)이 얼떨결에 역전 우승했다. 42년만의 대기록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한동안 멍한 상태였죠. 그 대회가 끝나고 바로 일본 2부 투어 대회에 출전했는데 첫날엔 한숨만 나왔어요. 경기하면서도 자꾸 그 생각이 나고. 그래도 대회는 3위로 마쳤어요. 다행히 한국오픈 끝나고 일본 2부 투어, 헤럴드 대회, 일본 Q스쿨 등 계속 집중할 목표가 생겨서 그나마 빨리 잊을 수 있어요. 다 잊었다고 하면 솔직히 거짓말이겠죠?”

그는 당시 1시간 30분간 경기위원들과 현장을 가보고 비디오 분석을 하면서 “러프에선 빈 스윙을 할 때도 절대로 클럽헤드를 지면에 대지 않는다. 그게 내 루틴이다” “왼손을 뗐다고 하지만 오른손으로 분명히 클럽을 쥐고 있었다”며 수차례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쉽지만 결국은 내가 이겨내야할 몫이다. 평생 짊어질 짐이 될 수도 있다. 한번 내려진 결정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도 스포츠선수의 도리다. 친한 동생인 강성훈에게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고 했다. 


▶“내 인생의 보물들, 새로운 꿈이 생겼다”=악몽같은 시간을 견디게 해 준 또 하나의 힘은 “보물같은 아들” 현민이다. 지난 9월, 결혼 7년만에 얻은 귀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다.

“휴대폰에 저장된 현민이 사진을 보고 있을 땐 완전히 잊고 있다가 다시 티박스에 오르면 또 그날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계속 아들 사진만 보고 있을 수도 없고.(웃음) 골프도 중요하지만 가정에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정말 편해요. 올해 제 성적이 좋아진 가장 큰 비결입니다.”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 1라운드 경기 공동1위를 한 김형태404선수가 30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힐ㆍ오션 코스(파72ㆍ7228야드)에서 열린 2라운드 경기에서 힘찬 티샷을 날리고 있다. [제주=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는 2006년 몽베르CC오픈서 프로 데뷔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시상식장에서 지금의 아내 변희진 씨(35)에게 공개 청혼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렸던 첫 아이 출산을 앞둔 8월엔 KPGA선수권서 우승했다. 김형태는 “가정에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우승을 한다. 아들이 태어났으니 이번 마지막 대회에서도 꼭 우승컵을 선물해주고 싶다”고 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43년 만의 메이저 2승! 올해 42년만의 대기록에 도전했으니 내년엔 43년 만의 대기록에 도전해야죠. 분명 그 일이 제 긴 골프 인생에 플러스가 될 거라고 믿어요.” ‘가을 사나이’ 김형태의 2014년 가을 대반격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제주=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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