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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승훈, ‘거대한 파도’ 속에 20년 미래 청사진 담아내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이번 앨범은 지난 20여년의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작품이자, 앞으로의 20년을 예고하는 작품입니다.”

데뷔 후 20년 이상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발라드의 마에스트로’ 신승훈. 지난 2008년부터 3연작 미니앨범 시리즈 ‘스리 웨이브스 오브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3 Waves of Unexpected Twist)’를 통해 음악적 실험을 거듭해 온 그가 ‘라디오 웨이브(Radio Wave)’와 ‘러브 어 클락(Love o’clock)’에 이어 4년 만에 마지막 작품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를 발표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신승훈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승훈은 “지난 6년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의미 있고 소중했던 시간”이라며 “앨범 재킷 가운데에 그려진 세 가닥의 꼬인 선은 3부작 시리즈 앨범을 의미한다. 이 세 앨범은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음악 인생의 허리를 단단히 이어줄 동아줄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별다른 기복 없이 꾸준히 앨범을 발표하고 히트곡을 내놓았던 신승훈의 행보에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00대 초반부터였다. 지난 2000년 신승훈이 전 소속사에서 독립한 후 발표한 정규 7집 ‘디자이어 투 플라이 하이(Desire To Fly High)’의 타이틀곡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은 월드뮤직을 표방하며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변화는 실험으로 이어져 신승훈은 3연작 미니앨범 시리즈를 통해 일렉트로닉ㆍ모던록ㆍ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했다.

가수 신승훈이 지난 2008년부터 발표해 온 3연작 미니앨범 시리즈 ‘스리 웨이브스 오브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3 Waves of Unexpected Twist)’의 마지막 작품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를 발표했다. [사진제공=도로시컴퍼니]

신승훈은 “가수가 1000만 장 이상 앨범을 팔면 대중은 그 가수의 목소리에 질린다는 속설이 있다. 지난 2006년 정규 10집 ‘더 로맨티시스트(The Romanticist)’ 발표 이후 11집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다”며 “이번 3연작 시리즈 앨범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앨범이다. 덕분에 11집의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미니앨범은 김동률, 정재형, 박진영 등 후배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에겐 상대적으로 어렵게 들렸다”며 “아티스트에게만 좋게 들리고 대중에겐 어려운 음악은 잘못 만든 음악이다. 대중가수는 결국 대중과 호흡해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소신을 전했다.

앨범엔 브리티시 록에 애절한 감정을 녹여낸 타이틀곡 ‘소리(Sorry)’를 비롯해 다이나믹 듀오가 랩을 피처링한 경쾌한 사운드의 재즈 힙합 ‘내가 많이 변했어’, 버벌진트가 랩을 피처링한 펑키 디스코 ‘러브 위치’, 기존의 신승훈표 발라드를 잇는 ‘그대’, 오케스트라 편곡이 돋보이는 장대한 스케일의 발라드 ‘마이 멜로디’ 등 신곡 5곡부터 ‘그랬으면 좋겠어’ ‘나비효과’ 등 리메이크곡 4곡까지 총 9곡이 수록돼 있다.

신승훈은 “장편영화를 닮은 정규 앨범과는 달리 미니앨범은 단편영화 같아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며 “흥행감독이 단편영화를 찍는 이유는 초심을 찾고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기 위함이다. 브리티시 록에 없는 한국적인 애절함을 접목하는 시도를 한 ‘소리’는 대표적인 실험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JTBC ‘히든싱어’에 출연한 신승훈은 출연 가수 최초로 모창 참가자에게 우승을 내어줘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신승훈은 “대중이 기억하는 목소리는 내 젊은 시절의 목소리이고 참가자들은 그 목소리를 충실하게 재현했다”며 “당시 내 목소리는 완성되지 않은 목소리고, 현재 내 목소리가 오랜 세월 걸쳐 찾은 진짜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신승훈은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현 음악 시장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신승훈은 “대중가수이기 때문에 대중의 취향을 따라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하루 이틀 반짝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하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앨범엔 영화처럼 기승전결과 희로애락이 있는데, 요즘의 음원은 예고편만 담긴 것 같아 낯설다. 다시금 앨범이 주목 받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또한 그는 “밴드는 음악의 뿌리다. 밴드로부터 모든 장르의 음악이 파생되는데 우리 가요계엔 그런 뿌리가 없다”며 “버스커버스커 같이 밴드가 있어야 음악이 다채로워지고 가요계가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승훈은 앞으로 작곡가이자 제작자로 나설 계획이다. 현재 소속사 사무실 앞에 연습실을 만든 그는 연습생을 선발해 신인을 육성하고 있다. 신승훈은 “요즘엔 신인들의 개성이 시스템화 된 기획사 때문에 눌리는 느낌”이라며 “회사를 키우고 트렌드를 쫓기보다 신인들의 개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그간의 노하우를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작곡했지만 내게 어울리지 않는 곡들을 묻어두기보다 맞는 가수들에게 주고 싶다”며 “싸이가 내게 곡을 달라고 했을 정도로 묻어둔 곡들이 단순한 발라드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신승훈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승훈은 다음 달 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3 더 신승훈쇼-그레이트 웨이브’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연다. 이번 콘서트엔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혀한 버빌진트와 라디를 비롯해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이소정 등 후배 뮤지션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신승훈은 “23년차 가수가 아직도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며 “40인조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코러스 10명,과안무팀 10명까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급 콘서트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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