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 정진영> ‘무심코 던진’ 표절시비, 치명타 될수도
아이유의 신곡 ‘분홍신’이 표절 시비에 휘말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일부 누리꾼들이 ‘분홍신’과 독일 출신 그룹 넥타(Nektar)의 ‘히어스 어스(Here’s Us)’란 곡이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아이유의 소속사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6일 “‘히어스 어스’의 일부 멜로디와 ‘분홍신’의 두 번째 소절의 멜로디는 유사하게 들릴 수 있으나 코드 진행은 전혀 다르다”며 “외부 음악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검토한 결과 완전히 다른 곡”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 번 불거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음악은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작물에 해당한다. 정식 발매 여부와 상관없이 창작된 음악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원작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통해 표절로 부터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의 표절 여부에 대한 법적인 판단 기준은 추상적이다. 최근 한 판결(2010가단86875)이 음악 표절의 판단 기준으로 ‘침해자가 저작자의 저작물을 이용했을 것’ㆍ‘침해자가 저작자의 저작물에 의거해 이를 이용했을 것’ㆍ‘저작자의 저작물과 침해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것’을 들었지만, 법원은 표절 인정에 엄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법정에서 표절 여부가 가려진 사례는 지난 2006년 더더의 ‘잇츠 유(It’s You)’를 표절했다고 판단한 엠씨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가 유일하다(2006가합8583). 과거 공연윤리위원회(1998년 해체)가 ‘2소절(8마디)이상 음악의 패턴이 동일하면 표절로 인정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표절 여부를 판단한 바 있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분홍신’이 표절과 관계없다는 쪽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방시혁 작곡가는 “음악에는 장르와 클리셰라는 개념이 있다”며 “‘분홍신’이 표절이면 그 많은 스윙재즈 곡들은 거의 전곡이 서로 표절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김형석 작곡가 역시 “비밥스윙은 빠른 템포의 곡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리듬의 형태가 비슷하다”며 “빠른 일렉트로닉 댄스곡들의 리듬 구성이 비슷하듯이 ‘분홍신’을 표절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창작은 과거와의 단절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창작의 영역에 기계적으로 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일은 자칫 검열로 작용해 아티스트의 창작의지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또한 표절은 법적인 문제에 앞서 양심의 문제이다 보니 의혹 그 자체만으로도 아티스트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아티스트가 양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무분별한 묻지마식 표절 의혹 제기 또한 지양돼야 할 것이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마련해 보편타당한 의견을 이끌어 낸 뒤, 법원이 의견을 참고해 대중의 눈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판단한다면 향후 표절 기준 마련과 시비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