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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높이 깔창’의 치명적 유혹…멋내려다 발병난다
직장인 정모(35) 씨는 얼마 전부터 갑자기 발가락이 저리고 아프기 시작해 평소 즐겨 신던 구두를 포기하고 운동화로 출퇴근하고 있다. 하지만 운동화를 신어도 잠깐 서서 일을 하면 발가락에 심한 통증을 느꼈고, 걸을 때는 발 가운데가 조이면서 끊어질 듯한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발가락 스트레칭과 물리치료를 꾸준히 해봤지만 쉽게 낫지 않아 결국 병원을 찾은 정 씨는 ‘지간신경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굽 높은 구두’와 ‘키높이 깔창’즐겨 신는 남성 ‘지간신경종’ 노출=외모지상주의 시대에 남자에게 외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키’다. 능력 있고 잘생겼다 하더라도 키가 작다면 이른바 ‘루저’로 치부해버리는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키를 커 보이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키가 커진다는 근거 없는 각종 호르몬 치료와 성장클리닉도 성행한다. 성인의 경우 ‘큰 키’의 로망은 ‘키높이 깔창’으로 대리만족이 이뤄진다.

하지만 굽이 높은 구두나 지나치게 높은 깔창 사용으로 자신감을 심어줄 순 있겠지만, 발 건강에는 매우 좋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장기간 폭이 좁고 높은 구두를 신다 보면 ‘지간신경종’에 걸릴 위험이 있다. 지간신경종이란, 발가락으로 가는 신경 조직이 단단해져 발가락 뿌리 부분에서 압박되고 두꺼워져 발가락이 저린 증상을 말한다. 최근 남성들도 앞볼이 좁고 굽이 높은 구두를 많이 신을 뿐 아니라 운동화에도 깔창을 넣어 굽을 높이고 발을 압박해 남성 지간신경종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축구화를 오래 신을 경우에도 지간신경종에 걸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키높이 구두와 하이힐을 장기간 착용할 경우 발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걸을 때 통증을 느낀다면 신경이 손상
될 위험이 커지므로 적절한 치료와 예방 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동주 인천모두병원장은 “지간신경종의 가장 흔한 증세는 걸을 때 앞 발바닥에 통증을 느끼는 것”이라며 “주로 통증이 발가락으로 뻗치면서 저리고 화끈거리고, 양말을 신거나 발바닥에 껌이 붙어 있는 것처럼 감각이 둔해지는 무감각증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간신경종 치료를 위해서는 굽이 높고 볼이 좁은 신발은 피하고, 발이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중족골 패드 등의 보조기를 착용하면 통증에서 한결 편해진다.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으로 근육과 신경을 강화시켜주는 것이 좋고, 외출 후에는 미지근한 물에서 5~10분 정도 족욕을 하며 발목과 발가락을 마사지하는 것도 지간신경종 예방에 효과적이다.

이 원장은 “지간신경종은 통증이 있다 없다를 반복하고, 신발을 벗으면 통증이 곧잘 사라지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쉬운 질병”이라며 “디스크나 혈관 장애 등으로 오인하기 쉬운 질병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이힐’즐겨 신는 여성 ‘무지외반증, 소건막류, 척추전방위증’등에 쉽게 노출=하이힐은 여성들의 자존심이라 할 정도로 여성들이 즐겨 신는 패션 아이템이다. 하지만 하이힐을 즐겨 신을수록 발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하이힐을 신기 전과 후, 하체의 체열을 측정할 경우 종아리 등의 혈류 흐름이 둔해지고 하체의 체온이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게 되는데 이는 혈액 순환이 나빠지고 하지 부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이힐을 오래 신을 경우 체중이 극단적으로 발가락 무지에 집중되고 발가락이 지나치게 조여지게 돼 통증과 함께 발 모양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다.

하이힐의 경우 발목과 전족부가 꺾이는데 발목과 발등 모양이 ‘L’자형에 가까워 하이힐을 신은 상태에선 발목 관절이 앞으로 심하게 튀어나와 발목과 발등이 ‘I’자 형태를 만들어 발목 관절이 꺾이면서 그 주변부 인대가 늘어나거나, 앞부분의 발가락 관절이 탈구되면서 주변의 지방 조직을 자극해 관절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하이힐 때문에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은 ‘무지외반증’으로,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증상과 함께 튀어나온 뼈로 인해 통증을 일으키는데, 심할 경우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밑으로 들어가는 발가락 변형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서거나 걸을 때 자세가 잘못돼 허리ㆍ무릎ㆍ골반에 이르기까지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지외반증 외에 ‘소건막류’도 하이힐 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소건막류는 새끼발가락의 뿌리 관절 부분이 바깥쪽으로 돌출되면서 튀어나온 부분이 신발과 닿아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하이힐을 신어 발바닥 앞쪽에 압력이 가해지고 무의식적으로 엄지나 새끼발가락 쪽으로 힘을 주게 되는데 이때 새끼발가락 쪽에 과도하게 힘을 주면 소건막류의 발생 확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들의 경우 위의 질환 말고도 ‘척추전방위증’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직장인 여성의 경우 높은 굽의 구두를 즐겨 신은 것이 원인이 돼 척추전방전위증 진단을 받기도 한다. 평소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이 허리와 엉덩이에 통증이 오고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뒤뚱뒤뚱 걸음으로 걷게 된다면 척추전방위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황은천 구로예스병원장은 “하이힐 병은 초반에는 신발 또는 보조기, 교정 깔창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중증 이상으로 진행되면 외과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예방을 위해서는 앞볼이 넉넉하고 부드러우며 굽이 낮은 신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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