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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발온스<네덜란드어로‘ 살려주세요’>…네덜란드어 대사에 진땀”
가무극‘ 푸른 눈 박연’주연맡은 뮤지컬 배우 김수용
조선 최초 귀화 서양인 박연役
7·8개 문장 70~80개 외우는 느낌
외모덕 해외뮤지컬 첫 외국인 주연

‘간난이’ 아역출신 발목…한땐 슬럼프
노래·연기 하나되는 뮤지컬배우 행복


서울예술단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는 윤동주의 시를 뮤지컬 노래나 대사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낭송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5월 공연 당시 윤동주를 맡았던 배우 김수용은 ‘간판 없는 거리’ ‘십자가’ ‘아우의 인상화’ 등 시 8편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우느라 진땀을 뺐다. ‘윤동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단체관람을 온 날에는 그야말로 ‘초긴장’했다.

서울예술단 두 번째 작품 ‘푸른 눈 박연’(11월 10~1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공연에 앞서 그의 앞에 이번엔 ‘네덜란드어’가 가로놓였다. “벨테브레가 조선에 표류돼 와, 처음 조선인과 만나는 장면에서 ‘스발온스(네덜란드어로 ‘살려주세요’)’라고 외쳐요. 그러니까 조선인이 ‘이놈이 욕을 한다’면서 화를 내죠. 초반에는 네덜란드 말을 해야 하는데 우리말로 옮기면 거의 ‘돔양꿍’ 분위기랄까요? 7, 8개 문장밖에 안 되는데도 70~80개 외우는 느낌이에요.”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용(37)은 네덜란드어를 한글 표기로 적은 휴대전화 메모를 보여주며 “외국인이 하는 조선 말이라고 해서 너무 오글거리게 할 수도 없고, 서서히 조선인으로 바뀌고 조선 땅에서 살아온 과정을 관객에게 납득시키는 게 가장 큰 ‘지상과제’”라고 걱정했다.


‘푸른 눈 박연’은 하멜표류기에 기록된 조선 최초의 귀화 서양인 박연(벨테브레)의 삶을 상상해 노래와 춤으로 엮은 작품이다. 1627년 인조 시대 벨테브레는 박연이란 이름을 하사받아 훈련도감에서 대포를 만들라는 명을 받든다. 동서양 간의 문화 충돌, 국적을 초월한 사랑과 우정 등을 그렸다. “소재가 독특하지 않아요? 창작 뮤지컬에서 아마 외국인이 주인공인 작품은 처음일 거예요. 제 외모가 좀 서구적이라는 얘기도 들어요.”

서구적 용모와 달리 그가 최근 거쳐 간 무대는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시대극이나 한국적인 창작 뮤지컬이 많다. 김동리 소설 ‘무녀도’를 바탕으로 한 ‘무녀도동리’와 ‘영웅’ ‘부용지애’ ‘남한산성’ 등이다. “예전에는 창작 무대에선 절대 쓰일 수 없는 얼굴이란 얘기를 들었어요. 2009년 ‘남한산성’에서 처음 수염 분장을 했는데 잘 어울린다고 했고, 이후 감사하게도 사극이나 근현대사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아왔어요.”

김수용은 만 여섯 살인 1982년에 드라마 ‘세자매’로 데뷔해 83년 ‘간난이’의 빡빡머리 동생 역으로 출연하면서 ‘연기대상 아역상’을 휩쓰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선 ‘아역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발목을 잡아 슬럼프를 겪었으며 군 제대 후 본 창작 뮤지컬 ‘더 플레이’를 통해서 뮤지컬배우로 진로를 틀었다. 노래와 연기, 춤이 유기적으로 하나가 되는 무대를 보며 ‘저런 연기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한다’는 결심이 섰다. 2004년 ‘풋루즈’로 데뷔해 이듬해 ‘뱃보이’로 신인상을 받았고, 이후 ‘헤드윅’ ‘노트르담드파리’ ‘엘리자벳’ ‘금발이 너무해’ 등 다양한 작품을 두루 거쳤다. 그는 꼭 해보고 싶은 배역으로 그룹 포시즌스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저지보이스’의 키 작은 리더 프랭키 밸리를 꼽았다. “올 초 영국 웨스트엔드를 다녀온 직후에 계속 ‘저지보이스’ 넘버를 들었어요. 가성의 고음이 매력적이에요. 프랭키를 하려면 키가 작아야 해서 고민이에요. 무릎을 꿇고 연기할 수도 없고.”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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