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가야금 명인이 꼽은‘논어 100문장’
논어 백가락
황병기 지음
풀빛
무릇 장인은 그 도구와 하나가 돼 노는 경지가 된 이다.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의 곡과 연주는 그런 자유로움이 있다. 희수에 든 장인이 쓴 ‘논어 백가락’ 역시 얽매이지 않는 그만의 독법이 느껴진다. 그는 ‘논어’의 위대함을 평범함에서 찾는다. 평범하고 뻔해 ‘이까짓 것’ 여겨지지만 바로 거기에 묘미가 있다는 것이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당연한, 누구나 알고 있고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그 안에 삶의 진리가 녹아 있다는 말이다. 평소 논어를 가까이해온 그는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보석처럼 빛나는 말씀 100문장을 모아 나만의 ‘논어 명언집’을 만들어 외출할 때 품에 지니고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읽는다고 한다. 논어 한구절 한구절을 씹고 되씹으면서 진 맛을 즐기는 셈이다.

황 교수는 ‘논어’의 시작인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를 놓고 그 묘미를 바로 강요하지 않는 여유로운 태도로 해석한다. 배우는 것 자체가 행복이고 성취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담을 들려준다.

‘한 해의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는 잎이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공자의 말과 자신의 작품 ‘미궁’에 얽힌 일화, ‘옛것을 익히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스승이 될 수 있다’의 표본 격인 작품 ‘침향무’ 등 창작활동에 얽힌 이야기를 곁들여 들을 수 있다.

그는 공자가 ‘자신은 발분하면 먹는 것도 잊는 사람’이라고 한 대목에서는 자신이 1991년 대장암 수술을 받고 죽음을 느끼며 발분 충동을 느껴 ‘시계탑’을 작곡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논어 해석 중 열을 띠는 지점은 예술의 아름다움과 관련해서다. 고기를 좋아했던 공자가 제나라에서 ‘소’라는 음악을 듣고 3개월간이나 고기맛을 잊을 정도로 훌륭한 청중이었다는 얘기와 정악과 민속악을 비교하며 정악의 중용성을 높이 평가한 점 등은 그의 음악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생활 속에서 느끼며 깨달은 바를 거리낌 없이 써 내려가, 허다한 해설서와 달리 쉽고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