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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MK 父子 잇단 유럽행…“미래 성장판, 유럽에 길 있다”
9월 정의선 부회장 방문이어 한달만에
불황기 고성장 이끈 역발성 전략이어
회복기 대비 차별화된 전략 필요 판단

鄭회장 러시아 · 체코 등 4개국 강행군
“고품질 브랜드로 시장변화 先대응” 주문


“유럽에서 현대ㆍ기아차의 미래를 준비하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오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9월 유럽을 방문한 데 이어 정 회장까지 유럽 출장길에 오른 것. 현대차그룹 부자(父子)가 연이어 유럽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한층 무게감이 더해진다.

현대ㆍ기아차가 유럽에 주목하는 건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는 유럽이 현대ㆍ기아차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리란 판단에서다. ‘품질’과 ‘실용성’이 불황 속 고속성장을 이끈 현대ㆍ기아차의 무기였다면, 경기 회복기에는 이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 회장이 출장 내내 ‘브랜드 가치’와 ‘품질 고급화’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회장의 유럽 출장에서 현대ㆍ기아차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오른 건 19개월 만으로, 하반기 첫 해외 현장경영 지역으로 유럽을 택했다. 특히 유럽은 지난 9월 정의선 부회장이 출장을 떠난 곳이기도 하다. 약 한 달 간격을 두고 현대차그룹을 이끄는 오너 부자가 나란히 유럽 출장길에 오른 것. 정 부회장은 당시 현대차 유럽 전략 모델 i10 생산과 관련해 터키공장을 방문하고 유럽 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정 회장은 한층 강도 높은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22일(현지시간)부터 4일간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 독일 등 4개국을 연이어 방문하며 현재 생산법인, 판매법인, 기술연구소 등을 찾는다. 러시아에선 영하 5도의 강추위에도 불구, 직접 1시간가량 도보로 이동하며 공장을 둘러볼 만큼 열성적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직원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 부자가 연이어 유럽 출장길에 오른 건 그만큼 현대ㆍ기아차가 유럽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경제위기의 근원지 유럽은 긴 불황을 뚫고 내년 자동차 수요가 올해보다 2.5% 증가한 1387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자동차 수요가 증가세를 보인 건 7년 만이다. 정 회장이 유럽을 직접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정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해외 임직원과 만나 “유럽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지금, 생산에 만전을 기해 고품질 자동차로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정몽구(앞줄 왼쪽 첫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체코 노소비체 현대차 공장을 방문, 이리 시엔시엘라(왼쪽 두번째)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에게 현대차 차량의 장점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유럽 시장 공략은 현대ㆍ기아차의 미래 전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 역발상으로 급성장을 일궈낸 현대ㆍ기아차가 경제 회복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08~2012년까지 유럽 자동차 수요가 218만4246대 줄어드는 동안 현대ㆍ기아차는 오히려 26만3677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자동차 수요가 14.8% 줄어드는 동안 현대ㆍ기아차의 판매량은 52%나 급증했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은 “품질과 실용성이란 현대ㆍ기아차의 강점이 불황기의 소비패턴과 잘 맞아떨어졌다. 경기 불황에 오히려 현대ㆍ기아차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평가했다.

역으로 보면, 경기 회복기에는 기존 현대ㆍ기아차의 강점이 희석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 회장이 유럽 출장길 내내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고 주문한 것 역시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출장길에서 “유럽 시장 침체 속에서 현대ㆍ기아차가 선전하고 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이젠 질적인 도약이 중요한 시점이다. 품질 고급화, 브랜드 혁신, 제품 구성 다양화 등을 추진해 미래를 준비하라”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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