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축제 변신 서울패션위크, 아시아 패션의 중심을 꿈꾸다
심장을 울리는 비트소리와 함께 무표정한 모델들이 걸어나왔다. 간결한 실루엣에 소재와 컬러로 디테일을 강조한 남성복 디자이너 이주영의 컬렉션은 관객들을 매혹시키며 ‘2013 추계 서울패션위크’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인 여의도는 패션 메카로 변신했다. IFC서울과 여의도공원은 디자이너, 패션업계 종사자, 해외에서 온 바이어, 한류스타를 비롯해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로 북적였고, 모두 7만여명이 서울패션위크를 찾았다.

▶달라진 2013 추계 서울패션위크

서울패션위크가 달라졌다. 지난 13년간 서울시에서 단독으로 주최하던 행사가 올해는 사단법인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와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그만큼 참여하는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아냈고, 신진 디자이너의 참여도 활발했다. 매 시즌 신진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제너레이션 넥스트’는 한국 작가 소개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신진 작가를 한국에 소개하는 ‘아시아 제너레이션 넥스트’로 발전했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잔치에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패션위크로 거듭나기 위한 포석이다. 한류 열풍에 아시아 디자이너들이 서울패션위크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특히 싱가포르는 정부측에서 직접 자국 디자이너를 선정해 ‘싱가포르 디자이너 쇼케이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류가 단순히 신진 작가들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다. 바이어들의 구성도 달라졌다. 이전 시즌까지 ‘글로벌 갑부’인 중동 출신 바이어들의 비중이 높았다면, 올해는 중국 홍콩 등 한류열풍이 강한 아시아 지역 바이어들이 전체 81명 중 50명을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다. 유럽, 미국계도 가세하면서 실질 구매의사가 높은 해외 자본이 한국 패션시장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2013 춘계 서울패션위크의 바잉 실적은 300만달러(약 31억7000만원)다. 주최측은 이번 시즌은 그 숫자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디자이너들의 쇼에 초청한 해외 바이어와 해외 언론들 일부가 참석하는 홍보성 행사였다면, 이제는 아시아 패션 중심지로 한국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온다.

또한 이른바 ‘패션 피플’들의 전유물 같던 행사가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패션과 K-팝(POP)이 결합한 K-스타일 콘서트에는 빅뱅, 지드래곤, 에픽하이 등이 출연해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또한 800g이 넘는 의류를 가져오면 제일모직 SPA 브랜드 ‘8Seconds’의 현장 구매 할인권을 제공하는 ‘800g 패션 도네이션’도 큰 관심을 받았다. 시민들이 가져온 800g의 의류와 행사장에서 판매된 ‘8Seconds’의 수익은 전부 기부돼 환경과 이웃을 돕는 의미 있는 행사라는 평을 받았다. 더불어 서울패션위크 자체 팝업스토어 운영, 소셜 플리마켓 ‘도떼기 시장’이 열려 일반인의 참여도 활발했다. 


▶아시아 패션 중심지로 거듭나려면…

2013 추계 서울패션위크는 최초로 민관 공동 주최로 진행됐기에 혼선도 발생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에서 운영하는 여의도공원 행사장과 서울시의 예산으로 진행되는 IFC서울 두 곳으로 나뉜 데다 양측의 컬렉션 진행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더 많은 관객의 수용, 더 많은 디자이너에게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에게 준비가 미흡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비슷한 시기에 패션행사를 각각 연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문체부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제1회 ‘패션 코드 2013(Fashion KODE 2013)’을 열었다. 국내외 패션 브랜드와 바이어들이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하는 페어 형태의 이 행사는 기간이 겹친 탓에 해외 바이어들과 미디어 관계자들의 동선이 분산됐다. 더구나 서울패션위크에서 비슷한 콘셉트로 18일부터 21일까지 총 80개 업체가 참여한 ‘서울패션페어’가 IFC서울에서 진행돼,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2013 추계 서울패션위크는 서울이 아시아 패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한류의 영향으로 아시아 패션 시장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크다.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장은 “파리, 뉴욕, 런던을 닮으려고 할 필요 없다. 이미 아시아 시장이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이다. 일본은 침체기, 중국은 아직 정비가 덜 된 상태이기에 한국이 아시아 패션의 중심지로 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패션위크를 참관한 뉴욕패션위크 창시자인 펀 말리스(Fern Mallis)는 “예전에는 아시아 패션 하면 일본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이다. 세계 패션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서울은 아시아의 중심에 있어 서울패션위크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서울패션위크가 세계적인 컬렉션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스타 디자이너를 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적극적인 투자와 디자이너들의 노력이 서울패션위크가 아시아 패션의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한 가장 든든한 토대인 셈이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