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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기하라, 리스크경영>‘규제 천국’이 ‘재계 생태지도’ 망친다
[헤럴드경제=이슬기기자] “자연에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하듯 산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업계에도 기업의 규모나 업종의 특수성에 따라 수많은 ‘군락’이 형성돼 있는데, 이 차이를 무시하고 자꾸만 일률적인 기준의 규제 정책을 들이대니 그것을 따라갈 능력이 없는 기업은 그저 막막한 거죠.”

중견ㆍ중소기업계는 최근 잇달아 쏟아져나오고 있는 굵직굵직한 규제 정책들에 대해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계에는 업종별, 규모별로 고유의 특수성이 존재하는 데 정부가 차이를 무시한 ‘일률규제’ 형태의 규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업의 ‘성장’은 커녕 ‘생존’ 자체가 막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정부가 초기부터 강조하던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중견ㆍ중소기업계는 성장사다리를 ‘가시 사다리’ 로 만드는 대표적인 규제정책으로 통상임금 문제와 일감몰아주기 과세, 근로시간 단축, 중기적합업종 지정 등을 꼽았다.

우선 통상임금문제의 경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지어지면 현금 유동성이 대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중견ㆍ중소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조사통계팀장은 “중견기업 117개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과거 3년간 소급으로 부담해야 할 평균비용이 49억6000만원, 향후 매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평균 14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며 “통상임금 문제가 범위 확대 쪽으로 결론 지어질 경우 영업이익률이 3~4%에 불과한 중견ㆍ중소기업은 대기업으로의 성장은 고사하고 존폐 자체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또한 중소ㆍ중견기업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역규제’다. 수출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ㆍ중견기업은 ‘간접수출’로 분류돼 비과세 혜택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자의 98.5%가 중소ㆍ중견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세대상에서 대기업은 IT서비스 39.06%, 건설 21.7%, 물류 5.52%, 광고 5.3% 등인 반면 중소ㆍ중견기업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58.17%에 달해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역규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에 대해서도 중견기업계는 일정 부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박 팀장은 “전통장류(고추장, 된장)를 만드는 대표 중견기업 ‘샘표’는 장류가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샘표가 원활히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에 따라 중견ㆍ중소기업계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정부의 규제정책들은 분명히 그 의도는 좋지만 당장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대기업에 준해 모든 기업에 규제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고려한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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