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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최악 ’의 건축물 서울시 신청사…‘아무도 몰랐던 그 뒷이야기…
말하는 건축 시티:홀
2012년 10월 13일, 서울시의 신청사가 공개됐다. 서울광장에서 바라보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구청사의 토막 난 일부 뒤에 떡하고 버틴, 번쩍이는 최신식의 건축물. ‘명물인가, 흉물인가’ 논란이 뒤따랐고, 비난이 이어졌다. 건축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서 광복 이후 지어진 현대건축물 중 ‘최악’으로 꼽힌 일은 서울시 신청사에 대한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리고 준공 1년. 한 살이 된 서울시 신청사는 당신에게 매일 아침 무슨 말을 걸고 있는지.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계획 및 설계, 시공, 완성까지 거센 찬반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서울시 신청사의 건축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정 감독은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2011년 11월, 카메라와 함께 현장으로 들어갔고, 먼지와 소음을 고스란히 뒤집어쓰며 완공까지의 1년간을 담아냈다. 앙상한 뼈대뿐이었던 구조물이 하나의 작품이자 공공건축물로 점차 번듯한 모습을 갖춰가면서 오히려 사람들의 이야기는 포장을 벗고 내밀한 속내를 드러낸다. 그러니까 ‘말하는 건축 시티:홀’건축물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건축물을 만든 사람들의 영혼과 열정에 대한 탐험이며, 그들을 움직이는 권력과 관계에 대한 고찰이며 그 결과를 향유하는 시민들의 정신과 철학에 대한 질문이다.

“마음껏 디자인한 작품은 공사가 힘듭니다. 설계도를 본 첫 느낌은 ‘죽음이다’라는 것이었죠. 두바이 최고층 빌딩을 짓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죠.”(시공사 공사팀장)


“현재 대통령(이명박)과 관련된 얘기라서…. 어쨌든 정치적인 판단이 있었죠. 설계 및 시공이 턴키(turn-key)방식으로 계약됐는데, 이렇게 중요한 건물을 ‘턴-키’방식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죠. 원래 설계 따로, 시공 따로, 감리 따로 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경제적인 효율성은 있을지 몰라도 비(非)문화적인 결정이었죠.”(설계 공모 코디네이터를 맡은 건축학자)

영화는 서울 신청사의 현재 디자인이 어떤 과정과 역사를 거쳐 만들어졌나를 보여주는 인터뷰와 2011년부터 완공까지의 현장 이야기, 크게 두 축으로 진행된다. 인터뷰에서는 이명박 시장 재임 당시 설계와 시공 및 감리를 통째로 한 건설업체에 일괄적으로 맡기는 턴키 방식의 문제점이 지적된다. 이어 설계 공모가 이뤄지고, 몇 번의 번복과 수정 끝에 유걸 건축가의 도안이 디자인이 최종안으로 선택된다. 하지만 초기 설계 수정과 시공 과정에서 정작 유걸 건축사는 작업에서 배제되고, 언론과 여론에선 이를 지적하는 비난이 잇따른다. 이에 서울시는 총괄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유걸 씨를 준공 직전의 신청사 디자인 감리를 요청한다. 이 과정에서 설계를 직접 건축물로 구현해야 하는 시공사(삼성물산)와 바뀐 도안과 설계를 원상태로 복구하고 애초의 디자인을 고수하려는 유걸 씨, 여론의 논란과 재정 및 공사기간의 압박, 설계ㆍ시공ㆍ감리 주체 간 갈등 속에서 업무를 완수해야 하는 서울시 공무원의 입장이 충돌과 합의를 거듭한다. 서울 신청사의 또 다른 상징은 설계사든, 시공사든, 공기관이든 월급에 목매달며 돈과 시간과 싸우고 업무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직장인들, 그 애환으로 지은 집이라는 것이다.

과연 서울 신청사는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건축물일까. 결국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명쾌한 답이 아니라 좋은 기록이자 질문이다. 하기는 서울 신청사 자체가 역사와 사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거대한 물음표가 아닐까 말이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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