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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oi’S 그립 가르치는 대한민국서 세계골프혁명 시작될 것”
2만평 부지 대형 복합 골프연습장 건립 계획…최경주의‘ 꿈의 둥지’프로젝트
파3시설·연습장·복지관·체육관…
그립센터선 KJ CHOI’S 그립 전수
전세계 유례없는 프로젝트 추진
골프 꿈나무 육성 디딤돌 마련

2승만 더하면 명예의 전당 입성
내년시즌 부활의 샷 보여주겠다


1997년 11월. 골프월드컵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 미국 땅을 밟은 전남 완도 ‘촌놈’은 천연잔디에서 공을 찍어 치는 짜릿하고도 충격적인 첫경험을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선언했다. “미국에 가야겠어. 5년 계획을 세우고 준비할 거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입성한 건, 그 후 5년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PGA 투어 8승의 ‘탱크’ 최경주(44·SK텔레콤)가 다시 새로운 꿈을 향한 ‘5년 계획’을 세웠다. 바로 ‘꿈의 둥지’ 프로젝트다. 2만평의 부지에 골프 연습장과 그립센터, 파3 등의 시설을 갖춘 전문 골프아카데미와 복지관, 체육관 등을 마련해 골프 꿈나무,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유럽에서도 전례가 없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그를 따르는 많은 후배 선수들이 버디캠페인으로 힘을 보태고 기업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 최경주재단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최경주는 “내 골프 노하우와 철학을 ‘꿈의 둥지’에 모두 담겠다. 국가에 헌납해서 내가 죽고 나서도 몇 십 년, 몇 백 년 후대에게 이어지도록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골프 레전드 최경주는 ‘그립’ 전도사다. 최경주는 “정상 그립이 아니면 아무리 좋은 힘과 능력을 가져도 컨트롤이 안된다. 공을 살리고 죽일 수 있는 문제인데, PGA투어 프로들조차도 정확한 그립을 얘기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경주가 이르면 내년 말 펼쳐보일 ‘꿈의 둥지’ 센터와 ‘그립 센터’가 한국을 세계 골프의 중심으로 바꿀지 관심이 집중된다.

▶‘꿈의 둥지’, 최경주의 골프 유산=출발은 5년 전이었다. 다른 프로들처럼 그저 내 이름 석 자 내걸고 연습장 사업이나 해볼까 하던 것이 ‘내 것이 아닌 모든 사람들의 것’으로 만들자는 생각까지 미쳤다.

“어린 선수들에게 전지훈련 가서 뭐 했냐 물어보면 다들 연습 라운드했대요. 그런데 뭘 배웠는지는 모르겠대요. 4시간 동안 다니면서 70타를 칠 경우 샷은 36번밖에 못합니다. 그 4시간 동안 벙커 훈련에만 집중하면 최소한 500개는 칠 수 있어요. 누가 경쟁력이 있을까요?”

타이거 우즈(미국)도 부러워하는 PGA투어 최고의 벙커샷 스페셜리스트 최경주는 재단 꿈나무들의 동계훈련 때 21일간 하루 4시간씩 벙커샷 훈련만 하게 한단다. 그는 “그린 주변 벙커를 피해 안전한 곳으로 샷을 하던 아이들이 한 달 만에 핀으로 직접 쏜다. 스코어가 달라진다”고 했다. 이미 그림은 그려졌다. 벙커샷과 칩샷, 퍼트를 할 수 있는 인사이드 돔, 돔에서 바로 이어지는 드라이빙레인지 등 각계 전문가들의 도움 속에 막연한 그림들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 예산과 행정 부문에서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만평에 달하는 부지 확보 문제도 시급하다. 다행히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경주는 “꿈은 현실이다. 현실 속에서 방향을 정하고 노력하면 꿈은 이뤄지게 돼 있다”고 했다. 


▶‘그립센터’, KJ CHOI’S 그립으로 세계진출=완도 수산고 역도부에 있다가 골프부로 ‘강제 차출’(?) 되면서 시작된 최경주의 골프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다. 완도 명사십리에서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놓은 날것 그대로의 환경에서 죽을 힘을 다해 연습했고 서울에 올라와 마침내 프로 선수가 됐다. 1999년 말,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PGA투어 Q스쿨을 통과해 ‘꿈의 무대’를 밟고 2년 뒤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30년 가까이 골프를 하면서 최경주가 가장 강조하는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그립’이다. “내가 지금 알려준 그립을 잊어버리면 다시는 골프 안가르쳐준다”는 수산고 시절 스승의 서릿발같은 한마디에 클럽을 쥔 채 잠자리에 들었던 그다. 최경주는 “우즈나 필 미켈슨 등 훌륭한 선수들은 그립이 좋다. 반면 잘 치다가 최종라운드에서 무너지는 선수들 보면 하나같이 그립이 안돼있다. 그립만 잘 배우면 골프 재미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며 “그런데 전세계를 돌아봐도 누구도 그립에 관해 과학적으로 와닿게 가르쳐주는 데가 없다. 미국도 대충 가르쳐준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껄껄 웃었다.

‘꿈의 둥지’의 첫 관문이 될 세계 최초의 그립센터는 그렇게 출발했다. 최경주의 그립과 자신의 그립을 비교해 대형화면에 띄우고, 클럽 그립에 센서를 부착해 정확한 압력과 모양을 스스로 느끼게끔 만들어준다. 그는 “그립과 관련해 논문과 특허신청 등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골프혁명이 ‘KJ CHOI’S 그립’을 가르치는 대한민국 그립센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내년 9승 도전…올해보다 좋을 것이다=최경주는 세 자녀들과 함께 운동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호준(16) 신영(11) 강준(10)과 팀을 짜 라운드를 하다보면 몇 번씩은 꼭 진다며 웃는다. “최경주가 공만 잘 쳤지, 하는 건 아무것도 없더라는 얘기 안들으려고 무던히 노력해요. 내 자식들부터, 내 생활부터 제대로 해야 모든 일에서 떳떳하겠죠.”

최경주의 2013 시즌 투어는 사실 기대에 못미쳤다. 24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든 건 단 두차례. 4월 발레로 텍사스오픈에서 6위에 오른 게 최고성적이다. 상금랭킹은 73위. 다음 시즌이면 PGA 투어에 데뷔한 지 꼭 15년째 된다. 여전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최경주. 그의 내년 목표는 뭘까.

최경주는 “내년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하거나 2승을 보태 10승을 채우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다”며 “누가 아냐.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듯이 메이저에서 우승할지.(웃음) 미국에 돌아가면 철저하게 운동해서 내년에 반드시 부활할 것이다. 올해보다는 훨씬 좋을 것같다. 선수로서 그런 느낌이 온다. 개인적으로도 기대된다”고 눈빛을 빛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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