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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2의 애니팡’ 신화는 없다?
벤처 주도하던 모바일 게임시장
1년 만에 대형 · 해외게임사 장악

CJ E&M · 위메이드 · NHN엔터등
최고매출순위 상위 20위권 차지

카카오 교차홍보 마케팅변화 원인
소형업체 진입장벽 높아져 무용지물


모바일게임 업체인 A사. 이 회사는 최근 자사 인기게임의 티스토어, 페이스북 버전을 종료했다. 애플 측이 “하나의 게임이 ‘00 for KAKAO’ ‘00 페이스북’ 등 플랫폼 별로 다르게 출시돼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종료를 권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로 카카오 버전을 남기고 나머지 플랫폼 대응을 중단했다. 게입 업계 관계자는 이 문제를 두고 “작은 회사의 경우 게임 파일을 모든 플랫폼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나로 만들기에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다”며 “여러 플랫폼에 게임을 출시해 입소문 내는 게 중요한 작은 업체에게는 당혹스러운 처사”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마케팅’으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제2의 애니팡‘을 꿈꾸며 시장에 진출했지만 마케팅에까지 동원할 자원이 없어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기준 구글플레이 모바일게임 최고매출 순위를 보면, 상위 20위권 내에는 CJ E&M의 게임이 5종, 위메이드 3종, NHN엔터테인먼트 1종으로, 대형업체 게임이 20위권 내에 9종 올라있다. 여기에 일본, 중국, 영국 등 해외게임도 4종이다. 매출 기준으로 상위 20개 게임 중 13개는 대형 혹은 해외 게임이다. 지난 해 말만해도 상위 20위권 게임의 대부분이 중소형 업체가 만든 것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특성상 매출 상위 20위권 내에 있어야 의미있는 수익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그만큼 중소업체가 만든 게임이 설자리를 잃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순위권 내에 중소형업체의 게임은 선데이토즈(애니팡ㆍ애니팡 사천성), 넥스트플로어(드래곤플라이트), 데브시스터즈(쿠키런), 핀콘(헬로히어로)다. 이 중 선데이토즈와 넥스트플로어는 지난 해 출시한 게임들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어서 ‘신예’라 할 만한 기업은 핀콘과 데브시스터즈 뿐이다. 지난 해 선데이토즈, 넥스트플로어, 파티게임즈, 네시삼십삼분 등 소형 업체들이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상장을 하는 등 견실한 기업으로 자리잡은 것과는 상반된다. 


벤처의 꿈의무대였던 모바일게임시장이 1년 사이에 이처럼 바뀐 데는 카카오의 정책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흥행을 좌우하는 카카오는 지난 7월 마케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게임에 ‘교차 홍보(신규 게임이 출시되면 기존 게임에 연계 이벤트를 진행하는 마케팅 방식)’를 허용했다. 모바일 게임 특성상 단기 입소문이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회사 측은 이 방식이 소형업체의 마케팅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교차홍보가 자회사를 통해 한 번에 여러 개의 게임을 내놓는 대형업체에 까지 공평하게 적용된 게 문제였다. 대형사들이 자사의 인기작을 통해 신규게임을 홍보하면서 소형업체들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스타트업의 경우 20여 명의 직원이 게임 하나를 개발해 반응을 보고 실시간 대응하기 때문에, 대적하기 어렵다. 업계에 부익부 빈익빈이 확대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포화된 국내시장 대신 애초에 해외에서 출발하는 업체도 생기고 있다. 스타트업 ‘트리노드’는 모바일게임 ‘포코팡’을 라인을 통해 일본에 먼저 출시해 1000만 돌파 기록을 세우고 한국에 역수출됐다. 국내 유통은 NHN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카카오톡 플랫폼이 이미 포화상태라 흥행 방법이 없지만 해외 시장은 아직 개척 상태기 때문에 오히려 해볼만 하다”며 “국내 대형업체들 역시 양질의 게임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입소문을 타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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