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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화 속의, 사랑을 떠나 보내는 법
한 권이면 족할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
“이만큼 잘 정리된 그리스 신화는 없었다.”

[북데일리] 이 말은 맞는 말이다. 오래 전에 나왔던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신화>(알에이치코리아. 2013)가 새롭게 단장했다. 외형보다 내용이 더 충실해졌다. 복잡한 그리스 신화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신화에 등장하는 지명의 위치, 영웅들의 모험과 방랑의 궤적, 수없이 등장하는 신과 영웅들의 가계를 일목요연하게 도표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의 이야기 단위를 따라가면서 신화의 세계에 흥미를 느끼는 동시에, 신화의 복잡한 얼개를 힘 들이지 않고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밖에 신화 속 여인들의 운명, 그리스 신화에 나타난 수소/뱀의 이미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간에 대한 신들의 형벌, 신들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영웅은 어떤 사람인가, 화관/왕관/목걸이/밧줄의 상징 의미는 무엇인가, 트로이 전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요점을 잘 정리했다.

이 책이 필요한 이유는 신화를 통해 신들의 축소판인 인간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점 때문이다. 사랑과 욕망, 질투와 배신, 탄생과 죽음, 모험, 오만과 속임수, 탐욕과 절망, 저주와 살해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그 중 한 장면.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내는 방법’이란 제목의 글이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사에 따라 맛이 다른데, 이 책의 저자는 솜씨 있는 요리사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와 7년을 함께 살았다. 칼립소는 언젠가는 오디세우스가 자기와 함께 여생을 보내겠다고 말하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그래서 그가 하는 대로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중략) 칼립소가 원하는 대로 사랑을 나누고 나면 오디세우스는 그 특유의 음울한 눈을 바다로 향하면서 고향과 트로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칼립소는 그의 들뜬 목소리를 들으면서 속으로 깊은 절망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신들은 칼립소가 아닌 오디세우스를 동정했다. 어느 날 아무도 찾지 않던 오기기아 섬에 헤르메스가 나타났다. 칼립소는 이제 절망의 우물을 모두 퍼내고 지친 여자처럼 헤르메스가 전하는 말을 들었다. 오디세우스를 보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물은 퍼내도 또다시 많은 물이 고인다.

칼립소는 사랑을 앞에 두고 뒤돌아서야 했던 수많은 여자들처럼 찢어진 가슴을 붙잡고 또 울었다. 그리고 눈물을 닦고 오디세우스에게 뗏목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통나무가 하나하나 엮일 때마다 칼립소의 가슴에는 슬픔이 무게를 더해갔다. 그리고 뗏목이 완성되자 오디세우스는 떠났다. -51쪽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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