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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세상을 드러내는 이윤기식 글쓰기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나에게 이 세상 삶의 현상은 거대한 원어 텍스트, 내가 부리는 언어는 ‘원어를 고스란히 재생시킬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역어’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단지 한 점만을 건드리고 지나갈 뿐이다.”

우리 시대 최고의 번역가이자 소설가였던 이윤기는 글쓰기의 험난함, 어려움에 늘 직면하며 행복한 글쓰기의 날을 희망했다. 아득한 세계를 드러내는 데 자신의 글이 다만 그 한 점이라도 건드릴 수 있도록 그는 자신의 보법을 찾아내고 언어를 갈고 닦았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웅진지식하우스)는 그가 남긴 산문 가운데 번역과 글쓰기에 관련된 글들만 모은 것으로 그의 펄떡이는 글을 향한 오랜 집념과 땀의 궤적을 만나 볼 수 있다.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하는 물음,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는 그의 글쓰기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에 이름 붙여보기’로 정해 보지만 자신의 언어로는 진리의 원융한 세계를 그러낼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한다. 그의 글쓰기의 곤혹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언어를 통해 그 세계의 한 점이라도 건드리고 지나갈 수 있을까.그의 글쓰기의 화두는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글이었다.

신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그답게 ‘작가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답도 호메로스에서 찾았다. 작가는 다름 아닌 허구를 사실로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을.

영상시대. 인터넷 시대 작가의 역할과 위치를 걱정한다면 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초대 교회의 이코노그래피 문화가 글말 문화를 위축시키기커녕 오히려 발기시켰다는 것이다.

경상도 사투리 쓰는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그의 글쓰기, 번역이냐 소설이냐의 선택, 번역에 얽힌 뒷얘기, 우리 말 제대로 표현하고 발음하기. 일본말의 잔재에 대한 질타, 구어체로 글쓰기 등 강박 혹은 숙명처럼 안고 산 말과의 투쟁 기록이 뜨겁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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