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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원들 한방 욕심에…‘희생양’ 속출
주목받고 싶은 정치인 폭로성 자료 봇물
사실관계 확인없이 비리기관으로 ‘낙인’
묻지마식 폭로 국회 권위 스스로 떨어뜨려




국정감사에서 억울한 희생양이 속출하고 있다. 앞뒤 맥락은 자른 채 일단 내지른 의원들의 폭로 한 방에 ‘선의’가 ‘파렴치ㆍ부도덕’으로 뒤바뀌기 일쑤다. 뒤늦게 해명해도 한 번 찍힌 낙인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국감장에서 ‘영세농의 재해보험금까지 가로챈 악당’이 됐던 한국계육협회와 대형 육계가공업체들은 17일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14일 홍문표 의원(새누리당)이 닭 사육농가에 돌아가야 할 재해보험금 상당액을 대형 육계회사가 가로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다.

협회는 “보험금으로 밀린 사료대와 병아리 값을 치른 것을 가지고 의원실에서 오해한 것”이라며 “외상대금을 정산 처리하고 나머지를 농가에 지급했으며, 어떠한 부당한 사실도 없다”고 항변했다.

문제 업체로 지목된 곳의 한 관계자의 말은 더욱 구구절절했다. 이 관계자는 “영세농 지원 차원에서 병아리ㆍ사료값도 외상으로 하고, 심지어 재해보험료도 회사에서 상당 부분 대납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당연히 받을 돈을 받고도 파렴치한이 됐다”고 허탈해했다.

‘일단 지르고 보자’ 식 폭로전은 국감 현장에서 국제적 촌극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5일 열린 정무위 국감장에 수입자동차 가격 사전담합 의혹을 이유로 소환된 임준성 한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저희는 부동산임대업 회사다. 자동차와 관계가 없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 ‘한성’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확인조차 않은 채 엉뚱한 관계사의 사장을 불러온 셈이다.

‘헛다리 국감’이라는 비아냥이 나오자 임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던 민병두 의원실은 뉘늦게 “위증”이라며 반박자료를 냈다. 그러나 임 대표의 지적이 있었던 국감 현장에서는 정작 단 한마디 반박도 하지 못했다.

억울하기는 국산 자동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각 포털 자동차 면에서 인기기사 1, 2위를 기록했던 한 의원의 급발진 사고와 리콜 관련 보도자료에서 각각 1위로 지목된 쏘나타와 SM시리즈를 만든 현대차와 르노삼성차는 “해당 차량의 총 판매대수 대비 비율은 따지지도 않은 왜곡” “‘리콜=불량품’으로 모는 후진적 인식”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악의적 제보, 이를 여과 없이 그대로 폭로한 의원들의 욕심에 피해 보는 경우도 나왔다. 중국 칭다오 물류센터 건설과 관련해 김승남 의원(민주당)으로부터 비리 기관으로 낙인찍힌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aT 관계자는 “칭다오 물류센터 건설에는 많은 브로커들이 난립해 있으며 모함, 투서 등 민원을 여러 기관에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 의원이 지적한) 부지 고가매입, 리베이트 요구, 사업비 전액 탕진, 시공도면 유출, 향응 제공, 특정인 관련설 등 대부분은 민원인의 일방적 주장이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묻지마 식 폭로’에 따른 잇단 희생양 속출에 대해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일단 불러놓기식 증인 채택은 국회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한 야당 의원도 “상시국감을 도입해 국회도 의혹이나 의문점에 대해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하고, 당사자들의 입장을 여유 있게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국감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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