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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상임금 논쟁, 우리 모두가 패자 되는 일 막아야 -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
통상임금이란 쉽게 설명하면 월급쟁이의 경우 매달(1임금 산정기간) 미리 정해진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받기로 한 월급을 의미한다. 따라서 매달 발생하는 기본급이나 담당업무의 경중에 따라 지급되는 직무수당은 미리 정해진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1996년 매월 받지 않더라도 정기적이고 고정적으로 받는 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이른바 의료보험조합 판결을 내렸다. 그 이후 1년에 한두 번 지급되는 체력단련비나 월동보조비까지도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판결이 나왔고, 지난 3월에는 정기상여금도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금과 같은 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 노사 모두의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근로자들은 통상임금 범위가 커지면 그간 받았던 수당에 대해 추가적인 임금청구소송이 가능해지고 앞으로의 임금과 퇴직금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도 조합원에게 목돈을 안겨줘 10%에 머물고 있는 노조조직률을 높일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업 역시 임금채권 소멸시효와 소송기간을 감안하면 패소할 경우 5~6년 치 임금증가분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되면 우선 기업 부담이 증가하지만 우리 경제 전체 고용 및 사회통합에 미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고용위축이 우려된다. 노동계는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되면 상대적으로 비싸진 초과근로를 줄이게 되고, 부족한 생산을 채우기 위해 신규고용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아무리 근로자당 근로시간이 준다고 해도 노동비용이 증가하면 고용이 늘 수가 없는 경제학의 기본을 무시한 주장이다. 부족한 생산을 채우기 위해 반드시 고용을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정자동화를 추진하고 노동사용을 점차 줄일 가능성만 커진다. 많은 연구에서 고용위축을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또 임금양극화 심화로 사회통합이 저해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 6월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통상임금에 고정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상대적으로 초과급여나 고정상여금의 비중이 높은 대기업ㆍ정규직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은 같은 사업장 비정규직 근로자의 10배 이상이 증가한다. 즉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현재보다 더욱 커져 임금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이란 뜻이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 10년 새 우리나라 전자산업이나 자동차산업은 세계 최고의 수준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추락은 금세일 수 있다. 10년전 세계 4위의 자동차 대국이었던 프랑스가 지난해 13위로 하락하는 사이에 푸조-시트로앵 프랑스 공장의 시간당 인건비가 슬로바키아의 4배 수준까지 올랐다는 점은 강 건너 불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자동차산업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파산을 선언한 것도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동안 노사는 신뢰와 암묵적 합의에 의해 사업장별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해왔다. 이런 신뢰를 뒤집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통상임금과 관련해 우리 모두가 패자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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