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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기업 CEO들...벨기에 축구를 배우는 까닭은?
FIFA랭킹 71위→6위 비결, “경영시스템부터 멘탈까지 다 바꿨다”


세계 축구계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국가는 단연 벨기에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유나이티드), 뱅상 콤파니(맨체스터시티), 에당 아자르(첼시), 로멜루 루카쿠(에버튼) 등이 모두 벨기에 출신이다. 이들 벨기에 대표 선수의 몸값을 합하면 1억8000만 유로(한화 2600억원)로 브라질ㆍ포르투갈에 이어 세계 3위다. 이들은 최근 조국에 12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겼고, 어느 팀이든 만나길 꺼려하는 ‘두려운 존재’로 급부상했다.

시간을 10여년 전으로 돌리면 벨기에 스토리는 더 극적이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당시 이 국가는 16강 진출에 만족하며 쓸쓸히 짐을 싸야 했다. 한국이 4강 진출로 ‘신화’에 도취돼 있을 때다. 원조 ‘붉은 악마’ 벨기에의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는 71위(2007년 6월)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그러나 올 9월, 이들의 순위는 6위로 껑충 뛰었다. 한국 축구가 어영부영하며 58위로 미끄러진 것과 다르다. 벨기에의 상전벽해는 스포츠 마케팅 부문 세계 최강자 가운데 하나인 삼성도 벨기에축구협회 스폰서가 되게 했다.

10년간 벨기에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STXㆍ웅진ㆍ동양 등의 사례처럼 ‘기업 위기의 시대’를 맞아 벨기에 축구엔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위기 탈출의 팁과 ‘티핑 포인트(극적 변화의 순간)’에 도달하는 비결이 있다. 


▶시스템을 바꾸고, 모두가 익히도록 하라=2002년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든 벨기에축구협회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프로구단과 국가대표, 각급 학교 코치 등 3개 집단에 축구 전술로 ‘4-3-3’시스템을 거의 의무적으로 쓰도록 했다. 수비수 4명, 미드필더 3명 등을 쓰는 전술은 빠른 템포의 축구를 구사할 수 있었지만 당시엔 생소한 것이었다.

선수들도 처음엔 우왕좌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맡은 위치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체득할 수 있었다. 결과는 성적 향상으로 나타났다. 2007년, 에당 아자르 등이 뛴 벨기에는 이 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17세 이하 선수권에서 4강에 들었고 이듬해 베이징올림픽에서도 4위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 경영 상황에선 모든 조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세워두는 게 중요하다”며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중소기업도 마케팅, 재무, 인사까지 원칙에 따라 가동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휴먼 컨버전스=인구 1100만명의 소국인 벨기에의 대표팀 인적구성도 눈여겨 볼 만하다. 상당수 선수는 벨기에 태생이지만, 뱅상 콤파니는 콩고, 펠라이니는 모로코의 피가 흐르고 있다. 이질적인 문화로 융화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 벨기에 축구협회 관계자는 “(언어와 인종으로 쪼개진 벨기에에선) 축구 대표팀이 국가 화합의 상징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축구계에선 벨기에가 스페인식 화려한 패싱축구를 말하는 ‘티키타카’와 다인종ㆍ다문화로 축구계를 호령하던 프랑스식 축구를 혼합시켜 응집력을 뿜어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닫힌 조직보다 외부 인력 영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수록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 도출이 가능하다. 

▶멘탈 이노베이션=해외 언론은 벨기에 축구의 성공엔 미셸 사블론 벨기에축구협회 기술이사가 큰 기여를 했다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 벨기에 ‘신 황금세대’를 구현한 그는 사실상 모든 개혁의 설계자였다. 시스템 변혁 뿐 아니라 멘탈 개조까지 신경썼다. 그는 선수들에게 ‘우리는 세계 최고가 아니지만 그 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의 그늘 아래 있지만 그 사실 자체가 잉글랜드를 목표로 삼게 해준다’ 는 식으로 세계 최고가 되도록 줄기차게 교육한 걸로 전해진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위기일수록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임직원과 공유해야 한다”며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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