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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남았다…올해 못 보면 후회할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음악극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지금 이대로 완벽한 공연이다. 2011년 초연 당시 입소문만으로 8회 전 공연이 매진됐다는 홍보문구가 빈 말이 아니었다. 무대, 조명, 음악, 배우의 움직임까지 치밀하게 직조된 공연은 95분 동안 관객을 집중시키고 가슴 깊숙이 흔들어 놓는다.

관객을 맨 처음 압도하는 것은 발상 전환을 이룬 무대 연출이다. LG아트센터의 1000여 객석을 장막으로 가리고, 무대 위에 간이의자 300석을 놓아 소극장이 완성됐다. 진짜 무대는 그리스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시대를 복원한 듯한 원형 무대다. 운명의 피해갈 수 없는 속성과 인연을 상징하 듯 무대 옆에 수레바퀴 한 개가 놓여있다. 사방에 놓인 4개의 붉은 문은, 각기 다른 길로 안내한다. 흰옷을 입은 배우들(코러스)은 이 무대 위와 주변을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주요 등장인물의 역할 연기 뿐 아니라 바람소리와 까마귀 소리 등 음향 효과까지 낸다. 반주는 코러스가 연주하는 4대의 피아노다. 


가는 줄에 매달려 있는 붉은 칠을 한 40개 백열 전구가 공연 시작과 함께 올라간다. 오이디푸스에게 내려진 저주로 인한 가뭄의 시작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취한 뒤 형제자매이자 아들딸을 낳은 오이디푸스가 자신에게 내려진 신탁을 깨달은 뒤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두 눈을 스스로 실명케 하자 이 붉은 전구들은 붉은 색 천과 함께 동시에 떨어진다. 눈 알이 뽑힌 듯 섬뜩하다. 이어 빗소리가 들리고 전구를 지탱하는 줄은 쏟아지는 빗줄기가 된다. 실명한 오이디푸스가 광야로 걸어나가는 순간이 압권이다. 가리워져 있던 객석의 장막이 걷어 올려지고 관객의 시야에는 탁 트인 원래 객석 1000여석이 펼쳐진다. 오이디푸스가 비참한 뒷 모습으로 객석으로 퇴장하는 마지막에 들리는 ‘당신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겠냐’는 코러스의 노랫말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여러 번을 봐도 감동의 파고가 가라 앉지 않을 수작이다. 공연은 20일까지다. (02)2005-0114.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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