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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체극으로 빚는 ‘단테의 신곡’
국내 최초로 단테의 ‘신곡’을 한태숙 연출과 고연옥 작가가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장이 ‘국가브랜드공연’ 프로젝트로 삼아 지난해 1월부터 2년 가까이 준비한 대작이다.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레이디 멕베스’ 등 전작을 통해 강렬한 미장센 연출의 대가임을 입증한 한 연출과 ‘칼집 속에 아버지’ 등을 집필하며 신화와 인간 무의식과 원형성을 탐구해 온 고 작가의 만남이어서 공연계의 관심은 증폭됐다.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단테의 신곡’은 창극, 마임, 클래식 등 온갖 장르 예술을 한덩어리로 버무린 총체극이다. 한 연출은 “작품의 원론적인 부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더 강렬한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우리 소리와 음악, 미술적 표현이 물려 ‘신곡’의 부피감이 더 커질 것이다”면서 “총체극이 식상한 공연들도 있었는데, (이 작품은)고전의 현대성을 제안할 수 있는 작품이 되겠다”고 말했다.

고 작가는 “아파트가 1층이라서 뛰어내리지 못했다”는 말로, 지난한 집필 과정의 고충을 전했다. 이탈리아 시인이자 정치인 단테(1265~1321년)가 망명 시절 집필한 서사시 ‘신곡’은 주인공 단테가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듣고 본 이야기가 100편의 시로 엮였다. 각 행에 11음절씩 모두 1만4233행으로 구성한 방대한 작품. 고 작가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했다. 원작을 읽을 때 느꼈던 모호함, 질문, 혼돈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고전으로서의 보편성의 무게를 드러내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작에는 지옥ㆍ연옥ㆍ천국이 똑같이 각 33편의 시로 이뤄져있는데, 이번 공연에선 지옥이 1막, 연옥과 천국이 2막으로 지옥 비중이 크다. 애욕과 탐욕 등 세상의 모순을 담고 있는 지옥편이 극(劇)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1막 ‘지옥’에선 특수분장, 디테일한 소품, 시대를 초월한 의상으로, 지옥의 세계를 보여준다.


창극 ‘장화홍련’과 ‘안티고네’에서 한 연출과 호흡을 맞췄던 홍정의 작곡가가 음악을 맡았다. 국악을 현대적으로 쓴 곡이 전체 음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성악과 클래식, 록, 일렉트로닉이 곁들여지며 15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인물은 평면적이지 않다. 원작에서 천사같은 베아트리체는 힘있게 단테를 윽박지르기도 하는 등 현대적 인물로 변형됐다. 천사도 우아한 흰 날개를 단 상상 속의 모습이 아니라 우람한 체형으로 묘사된다.


배우 박정자가 ‘지옥편’에서 남편의 동생과 사랑에 빠지는 애욕의 여인 프란체스카를, 정동환이 단테의 스승인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연기한다. 베아트리체역에 정은혜 등 국립창극단 단원 10명이 출연한다. 단테 역은 지현준이 맡았다.

공연은 다음달 2일부터 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뵌다. (02)2280-4114~6.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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