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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리뷰> 남편이 강요한 포르노 배우…‘섹스화신’ 그녀의 비극적인 삶
러브레이스
1960년대, 미국 뉴욕의 가톨릭 계열 고등학교에 다니던 여학생 린다 수전 보어먼(1949~2002)의 별명은 ‘성(聖)처녀’쯤으로 번역될 만한 ‘미스 홀리 홀리(Miss Holy Holy)’였다. 그러나 그녀는 23세이던 1972년 미국 대중문화사상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영화 중 한 편인 포르노 ‘목구멍 깊숙이’에 출연해 일약 전국구 스타가 된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린다 수전 보어먼의 예명이 바로 ‘린다 러브레이스’였다. 단 한 편의 작품으로 그녀는 일각에서 ‘여성 성혁명의 아이콘’으로 꼽히고, 세계 남성들로부터는 ‘섹스의 화신’으로 각광받았지만, 1980년 자서전 ‘시련(Odeal)’을 발표하며 ‘포르노 반대 운동’을 선언한 것이다. 순진했던 10대 여고생은 왜 카메라 앞에서 서슴없이 옷을 벗고 성행위를 실연하는 포르노배우가 됐을까?

영화 ‘러브레이스’는 ‘목구멍 깊숙이’의 주연 배우 린다 러브레이스로 잘 알려진 린다 수전 보어먼의 극적인 삶을 그린 전기영화다. 청순한 이미지를 보여줬던 여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타이틀롤을 맡아 파격적인 노출과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1970년대 엄격한 부모 밑에서 주눅 들며 자라났던 린다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국인들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진 대로 그녀는 남자와 데이트가 있는 날이면 부모의 눈치를 살피느라 쩔쩔맸던, 평범하고 순진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통째로 바꾼 남자가 나타난다. 바로 ‘척 트레이너’(피터 사스가드 분)였다.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해야 된다”는 보수적인 가치관을 따르고 있던 린다의 어머니 ‘도로시’(샤론 스톤 분)는 사업가로 자처한 척이 마음에 들어 딸을 내주기로 한다. 린다는 남자친구 척을 통해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짜릿한 일탈과 자유를 경험하는 한편, 척의 소개로 포르노영화계에 발을 내딛고 ‘목구멍 깊숙이’로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는 스타로 떠오른다. 보어먼이라는 이름 대신 ‘러브레이스’로서의 삶은 화려하기만 했다. 플레이보이 설립자로 유명한 휴 헤프너를 비롯한 미국 엔터테인먼트업계의 거물이 앞다퉈 린다에게 악수를 청하고 만남을 예약했다. 부와 명예가 보장된 앞날이 목전에 있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영화는 린다의 화려했던 한때를 짧게 보여준 뒤 그 몇 년 후 린다의 육성과 자서전을 통해 밝혀진 이면의 비극을 더듬어간다. 린다의 웃는 얼굴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극단으로 치달았던 척의 강요와 성폭력이 있었다. 척은 린다에게 목숨을 위협하며 포르노영화 촬영을 강요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아내를 돈 몇푼에 수많은 남자의 침대로 내돌렸던 ‘포주’였다. 린다는 훗날 “당신이 ‘목구멍 깊숙이’를 보고 있다면 매 장면 강간을 당하는 순간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목구멍 깊숙이’는 성감대가 목 깊숙한 곳에 달렸다는 한 중산층 부인이 뭇 남자와의 구강성교를 통해 육체적 만족을 얻는다는 내용의 포르노다. 1972년 뉴욕에서의 첫 상영 이후 지금까지도 ‘X’등급 영화로는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으며, 미국 미디어사와 성문화사에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2만5000달러로 제작돼 최소 1억달러, 최대 6억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영화는 남성 폭력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한 여성의 삶을 비교적 매끄럽고 진지하게 그려냈으며,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피터 사스가드, 샤론 스톤, 제임스 프랑코 등 주ㆍ조연의 연기가 뛰어나다. 다만 린다 러브레이스의 알려진 삶 이상의 심리 묘사와 대중문화사적 의미를 보여주는 데에는 뚜렷한 한계를 보여준다.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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