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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겹’사이로 비친 지필묵의 신세계
김호득의 ‘겹-사이’展
화가 김호득(63) 영남대 교수는 붓과 먹으로 작업하는 동양화가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가다. 매우 즉흥적인 것 같지만 팽팽한 긴장감을 던져주는 과감하면서도 명징한 필묵실험 때문이다.

독특한 필묵기법과 점과 획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선보여온 김호득이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전시 부제는 ‘겹-사이’.

전시는 ‘겹’을 주제로 존재와 존재, 빛과 어둠, 시간과 공간에서의 ‘사이’ 개념을 풀어낸 다양한 작업으로 꾸며졌다.

이번에 김호득은 금호미술관 3층에 먹물수조 설치작업을 시도했다. 마치 어두운 밤 호수를 연상시키듯 전시실 전체에 커다란 먹물 수조를 만들고 천장에서부터 바닥으로 한지를 수직으로 늘어뜨려 공간 전체를 메웠다. 

대형 먹물수조 위에 한지를 드리운 김호득의 ‘흔들림_문득 공간을_느끼다’.                                        [사진제공=금호미술관]

차분한 결의 흐름은 먹과 종이매체의 존재와 존재 사이, 흑과 백의 사이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동시에 관객에게도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여기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힘있는 작품을 곁들임으로써 김호득은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사이’에 대한 성찰도 시도하고 있다.

작가는 지난해 가을 낙동강 보에 가로 10m의 커다란 광목을 설치했다. 그리곤 강물과 바람이 새로운 풍경을 담도록 했다. 생명력 있는 강과 바람이 광목에 그려낸 이미지를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와 이번 전시의 서막처럼 구성했다.

미술관 2층에는 김호득 작업에 있어 중심이 되는 힘있는 필묵회화가 전시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쉬’ ‘쏴’ ‘폭포’ 같은 글자를 특유의 거침없는 붓질로 평면 위에 써내려간 일련의 작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의미를 지닌 의성어이자, 동시에 조형성도 함유한 이들 글자는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보여준다.

거꾸로 세워둔 ‘人’ 형상이 한쌍을 이루는 회화 ‘거꾸로’는 독립적이면도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작가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 (02)720-5114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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