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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일쇼크 40년 석유의 미래… 현대판 ‘그레이트 게임’
1973년 10월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1차 오일쇼크 이후 40년.

‘어제의 원료’로 치부됐던 석유의 시대는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다시 붐을 맞이했지만, ‘악마의 눈물’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석유를 둘러싼 패권다툼은 현대판 ‘그레이트 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이란 19∼20세기 초 대영제국과 러시아 제국이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주도권을 두고 벌였던 패권 다툼을 말한다.

미국발 셰일혁명과 중동의 정정 불안에 신흥국의 폭발적 수요를 주도하는 중국과 인도까지 참전하면서 21세기 그레이트 게임은 한층 더 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른바 셰일 붐의 시대를 맞고 있다. 석유 생산량은 2008년 이후 50% 급증했고, 조용했던 지방 소도시 노스다코타 주의 윌리스턴은 전세계 석유 대기업이 몰려들면서 2년새 인구가 3만8000만명으로 두 배 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4~5년 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걸프연안 국가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추산을 근거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4개국이 지난 3분기 석유생산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중동 석유시장이 잠식될 것이란 전망을 뒤엎는 결과다.

이들 4개국은 3분기에 하루 평균 164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면서 전 세계 석유 수요의 18%를 충족시켰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500억달러(약 161조원)에 달한다.

FT는 이와 관련 “미국의 제재로 이란 원유생산량이 급감하고,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 다른 석유수출기구(OPEC) 국가들의 정정 불안으로 생산이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중국과 인도의 자동차 보급이 가속화하면서 석유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인도는 지난 7월 걸프 산유국들로부터 전체 석유 수입량의 44%를, 중국은 25%를 각각 사들였다.

특히 중국의 중동 석유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세계 2위로 연 5%씩 성장하며 2020년에는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 등 국영 석유회사는 이라크에 4개 거대 유전을 개발ㆍ생산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IEA의 비롤을 인용해 “아시아 수요에 부응할 만한 공급 여력을 가진 곳은 중동 밖에 없다”면서 “2035년에는 중동산 원유의 90%가 아시아로 향할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중동 산유국과의 외교 안보 분야를 포함한 포괄적 관계구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중동 연안에서는 미국과 중국(G2)의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페르시아만 지역에서의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받기 위해 유조선의 안보 보장을 미국에 수차례 요구한 반면 미국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시리아ㆍ이란 등을 둘러싼 외교정책에 더 많이 협조해야 한다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중국의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G2 외교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석유의 시대는 20년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IEA에 따르면, 전세계 에너지 비중은 2010년 석유 32%, 천연가스 22%에서 2035년 각각 27%와 24%로 격차가 줄어들지만 여전히 석유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나타났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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