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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요계 히트 공식 무력화 시키는 버스커버스커의 유쾌한 행보
외모가 되는 멤버들을 모은다. 아이돌 콘셉트로 팀을 구성한다. 유명 작곡가들로부터 일렉트로닉 계열의 댄스곡을 받는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한다. 끼가 있는 멤버들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킨다. 이 같은 기존 가요계 히트 공식은 버스커버스커의 행보 앞에선 무의미해진다.

14일 오전 6시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 1위 곡은 버스커버스커의 ‘처음엔 사랑이란 게’였다. 2시간 뒤인 오전 8시 이 곡은 아이유의 ‘분홍신’에게 1위를 내줬지만 다시 정상을 차지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다.

아이돌들의 독무대인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에서도 버스커버스커의 인기는 상한가다. 버스커버스커는 단 한 차례의 방송 출연도 없이 KBS 2TV ‘뮤직뱅크’ㆍMBC ‘쇼! 음악중심’ㆍSBS ‘인기가요’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가요 프로그램이 사실상 기획사들을 길들여 소속 가수들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섭외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놀라운 현상은 음반 판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그간 가요계에선 남성 아이돌 그룹은 음반, 여성 아이돌그룹은 음원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편이었다. 그러나 버스커버스커는 음반과 음원 양 쪽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발매된 버스커버스커의 2집은 발매 첫 주(9월 25일~30일)에만 3만 2300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같은 기간 버스커버스커보다 많은 판매고를 올린 가수는 솔로 정규 2집 ‘쿠데타’로 4만 9850장을 판매한 지드래곤 뿐이었다. 


평론가들의 평가 역시 “1집 보다 못하다” “소포모어 징크스에서 벗어난 작품이다” 등 저마다 분분하다. 그러나 평가는 늘 벌어진 사실보다 뒤처지는 법이어서, 그 어떤 평가도 이 같은 이례적인 현상을 명확하게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것은 업계 종사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따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는 버스커버스커의 새로운 소식을 알기 위해 이들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수시로 드나들어야 한다. 그야말로 갑과 을이 뒤집어진 상황이다. 소속사 청춘뮤직 측은 앨범 발매 전 기자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버스커버스커의 새로운 소식은 공식 SNS로 전달할 계획”이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도대체 어떤 전략으로 신인들을 발굴하고 키워야 될지 모르겠다”며 “춤을 연습하는 신인들에게 뜬금없이 기타를 잡게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하소연을 했다.

홍대 인디 신에서 활동 중인 한 싱어송라이터는 술에 취해 “버스커버스커의 성공을 보면서 착잡한 심정을 감추기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제2의 버스커버스커를 노리며 홍대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벌이는 아마추어들이 늘어나 공해에 가까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들이 과연 똑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진 의문”이라고 말했다.

버스커버스커의 행보에 대한 예측과 평가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이들이 히트 공식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오후 4시 버스커버스커는 서울 한남대교 밑에서 깜짝 버스킹을 벌였다. 어느 정도 이름을 얻으면 초심을 잊고 ‘연예인 흉내’를 내는 일부 가수들의 모습과 비교하면 대조되는 행보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날 버스킹 영상 속에 보이는 팬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버스커버스커는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이미 지난 3일 부산에서 7000여 관객을 앞에 두고 대규모 공연을 벌인 바 있다. 버스커버스커는 오는 20일 대구 엑스코, 11월 1ㆍ2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벌인다. 그리고 또 언제 이들이 SNS로 깜짝 버스킹을 공지할 지 모를 일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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