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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의 두 계층’ 플루토노미<Plutonomy · 플루토크라트와 이코노미의 합성어>와 그 나머지…
기술혁명·세계화 기틀로 탄생된
富·권력 다 가진 상위 0.1% 삶 대해부

정부 정책 가세에 富편중 가속화
국경 초월한 ‘그들만의 왕국’탐닉 등
현대 자본주의 운영방식의 충격리포트


플루토크라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 박세연 옮김
열린책들
‘세상은 두 블록으로 갈라지고 있다. 플루토노미와 그 나머지로.’

씨티그룹의 전략가들은 세계 갑부들의 영향력을 이렇게 평가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오늘날 0.1%의 부자들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어들였을까? 그들은 나머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비즈니스 저널리스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는 ‘플루토크라트’에서 세계 경제의 혁명적인 변화의 물결을 타고 그 정점에 오른 글로벌 슈퍼리치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오늘날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방식을 충격적으로 보고한다. 플루토크라트는 부(富)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플루토스’와 권력을 의미하는 ‘크라토스’의 합성어로, 부와 권력을 다 가진 부유층을 이른다.

현대 플루토크라트가 급속 성장한 배지는 저자에 따르면 기술혁명과 세계화다. 이 두 가지 힘이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정치적 요소와 결합해 산업혁명의 영향력과 규모에 필적할 만한 경제적 격변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에 힘입어 미국과 서구 선진국은 19세기 말에 이어 두 번째 도금 시대를, 중국과 인도, 일부 개발도상국은 첫 번째 도금 시대를 맞는 ‘쌍둥이 도금 시대(Gilded Age)’가 도래했다. 이 두 도금 시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신흥 시장의 산업화는 서구 국가들에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을 제공하고, 서구의 신기술들은 개발도상국들의 도금 시대를 가속화하는 형국이다.

저자는 현 승자 독식 경제를 이 세계화와 기술혁명의 산물로 본다. 한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이에게는 엄청난 보상이 주어지지만 2등이나 3등으로 밀려나면 경제적 보상은 현저히 줄어든다. 이른바 ‘슈퍼스타 효과’다. 자신이 만들어낸 가치로 과거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더 부유해진 고객, 더 많아진 소비자. 금융기관의 더 좋은 거래 조건 덕에 훨씬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부를 획득하는 주인공은 누구일까. 저자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인식하고 여기에 적응해 나가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혁명적인 전환기가 엄청난 부를 벌어들일 기회임을 꿰뚫어본다.

1980ㆍ90년대 전 세계에 불어닥친 민영화와 규제 완화, 무역 장벽 완화의 흐름은 기술과 지식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엄청난 기회를 제공했다. 또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 모바일과 무선 등 신기술혁명은 새로운 비즈니스 무대를 열어가며 새로운 부를 탄생시켰다. 즉 혁명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프리미엄이 슈퍼엘리트의 등장을 촉진시킨 것이다.

러시아 사업가 유리 밀너는 플루토크라트들이 어떻게 기회를 잡는지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와튼스쿨을 졸업한 유리 밀너는 세계은행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서 일한 몇 년 사이에 러시아에서는 민영화가 진행됐고, 그는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경험을 통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용해 자본을 축적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밀너는 기술혁명, 즉 소셜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러시아의 핫메일이라 할 수 있는 ‘메일닷루’와 러시아의 페이스북인 ‘오드노클라스니키’를 인수했다. 거기서 한 발 나아가 2009년 3월 페이스북의 지분 1.96%를 2억달러에 사들이며 외부 투자자 중 최대 지분을 확보했다. 이는 당시 누가 봐도 무모한 짓으로 보였지만 2012년 현재 그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60억달러를 넘어서 있다.

누군가 엄청난 부를 거머쥐는 데에 정부가 한몫 거들기도 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누가 부를 얻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플루토크라트들이 정부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유다.

“신흥 시장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긴장 상태는 오직 심리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100여년 전에 카네기가 지적했듯이, 서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의 첫 번째 도금 시대의 시나리오 역시 ‘자본과 노동, 그리고 부와 빈곤 사이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본문 중)

플루토크라트의 생태계는 그들만의 세계로 이뤄진다. 저자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플루토크라트의 생활을 소개하며, 자신들과 생각이 비슷한 동료끼리 폐쇄적인 형태로 뭉칠 때 다른 사람이 겪는 고통에 대한 무시와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세계화와 기술혁명이 가져다준 단맛을 맛본 이들 가운데 일부는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는 파국 속에서도 오히려 중산층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다고 보며, 금융위기도 분수에 맞지 않게 처신한 중산층에게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자신의 이익이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여기지만 나머지의 생각은 다르다.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 20여년간 새로운 세계적 갑부들을 면밀히 관찰해온 저자가 모두 꺼리는 ‘불평등’이란 불편한 주제를 왜 꺼내 들었을까. 이는 19세기 자유무역주의 신봉자 헨리 조지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오늘날의 진보가 오로지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한, 그리고 사치를 조장하고 부자의 집과 빈자의 집의 차이를 계속해서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한, 진보는 진정한 발전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러한 진보는 영원하지 못할 것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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