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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쪽배타고 가는 인생…날 인도할 ‘등대’만나라
공자·토머스 에디슨 등 위인 23인
그들의 삶·당대 역사 한권에 망라
유럽 최고의 지성, 자크 아탈리
격랑의 시대 운명의 방향 제시 눈길


등대
자크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청림출판
“허술한 쪽배를 타고 시대의 격랑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헤매는 여행자인 우리는, 우리의 길을 밝혀주고 운명의 방향을 알려줄 등대들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커가고 앞날을 예측하는 게 점점 어려워질수록 의지할 든든한 기둥을 찾는 게 일반적인 심리다. 오랜 세월을 거쳐 검증되고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 고전의 유행도 이와 선이 닿아있다. 유럽 최고의 지성 자크 아탈리는 우리에게 23명의 위대한 인물들을 세워놓고 그들을 등대 삼아 길을 찾아 가라고 권한다. 그의 목록에는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 등 동서양 사상의 밑돌이 된 사상가, 찰스 다윈과 토머스 에디슨처럼 과학의 새 지평을 연 천재들, 카라바조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같이 미술과 음악으로 또 다른 감성의 세계를 펼쳐보인 예술가들, 스탈 부인과 월터 휘트먼, 함페테이모니데스처럼 종교와 지성이 추구하는 궁극의 지향점을 보여준 종교인들, 토머스 홉스와 발터 라테타우, 호치민과 같이 국가와 정치를 위해 평생을 바친 학자와 정치인들이 망라돼 있다.

세계의 변화에 의미를 주면서 역사 속에서 지속적인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아탈리가 이들을 등대로 제시한 준거는 무엇일까?

그의 말 가운데서 뽑자면 다음과 같은 말이 그 이유가 될 듯하다. “중요한 의문은 바로 이것이다. ‘모든 것이 당신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게 막을 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까?’즉 자기다움을 끝까지 밀고나간 이들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공자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공자는 기원전 496년부터 491년까지 5년 동안 제자들과 위, 송, 정, 진나라를 떠돌았다. 이를 두고 사람들이 버려진 떠돌이 개에 비유했다. 공자는 이를 듣고 화내기는커녕 딱 들어맞는 말이라며 대꾸했다. 아탈리는 이런 공자를 “그 어떤 실망도 그를 물러서게 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말을 바다 건너까지 실어가기를 꿈꾸었다”고 말한다.

공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했을까. 제자 자로가 누군가 스승님 생각을 요약해 달라고 했는데 말하지 못했다고 하자, 공자는 이렇게 말하지 그랬느냐고 한다. “그는 어떤 주제로 열광할 때면 먹는 것도 잊고 행복할 때면 걱정거리를 더는 생각하지 않고 노쇠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느 학문의 길에서나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되는 인물이다. 아탈리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공자와 비교하며 그의 삶을 써나간다. “공자가 질서의 사람이고 늘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놀라움과 발견의 사람이었다.”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자크 아탈리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다. 그는 역사상에 오래 빛을 비추고 있는 23명의 삶을 우리에게 길잡이로 제시한다. 질서의 사람 공자, 참되게 살려는 열정을 지닌 아리스토텔레스, 신념을 향해 간 돈키호테 시몬 볼리바르 등의 얘기는 깊은 영감을 준다.

아탈리는 경험철학과 논리학, 동물들의 행동과 생식, 영혼, 꿈, 기억 등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깊은 탐구와 스승 이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친구였던 필리포스왕과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왕과의 관계, 그의 저술 활동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탈리는 이제 불교로 넘어간다. 아탈리의 불교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은 아소카왕을 통해 이뤄진다. 체념의 철학,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게 부추기는 하나의 방법으로 여겼던 불교를 그로 하여금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 인물이다. 아탈리는 이타주의의 근대적 형태로 만들기 위해 그 교리를 구체화시킨 아소카왕을 불교의 정치적 ‘뱃사공’이라 부른다. 살생을 금하고 부모에게 복종하고 이웃에 너그러운 불교의 법과 도덕을 8만4000개의 기둥에 새겨 전한 아소카왕에게 불교는 한편으론 치세의 방편이기도 했다.

단테는 그녀의 성삼위일체에 대한 환상을 빌려오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그녀가 한 것을 그대로 베끼지 않으면서도 ‘정방형 속에 내접하는 인간’의 그림을 찾아낸다.

이들의 삶과 함께 당대의 역사와 문화를 아울러내 한 권으로 수천년의 역사와 문화의 갈래를 여행하는 즐거움이 크다. 각 인물들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정치와 접점을 만들어냈는지 살핀 점도 이 책의 묘미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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