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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국감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2: 세종시 24시…출장, 출장, 그리고 또 출장
[헤럴드경제=안상미 기자]#아침 9시 국회 협의를 위해 서울 여의도로 출근. 12시 전에 서둘러 서울역으로 이동해 KTX를 타고 오송역 도착. 오후 2시에 세종청사에서 열리는 국감 대비 현안업무 점검회의 참석. 회의가 끝나자 마자 다시 KTX타고 국회가 있는 서울로 이동.

세종시로 내려온 한 정부부처 간부의 최근 하루 일정이다. 국회 협의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종시를 버릴 수도 없다. 건물만 내려오고 사람들은 죄다 서울에 가있다는 지적이 반복되면서 서울에 있다가도 1~2시간 자리 채우러 내려와야 하고, 이제 내부 회의는 무조건 세종 청사로 잡히는 분위기다. 국감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도대체 얼마나 더 KTX를 타고 서울 출장을 다녀와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국감장소, 세종시 vs 국회=중앙정부청사가 세종시로 내려오고 난 이후 첫 국정감사다. 이번 국감을 앞두고 세종시에 내려와 있는 부처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현안도, 누가 증인으로 서는지도 아니다. 바로 국감 장소, 어디에서 할지다.

지금까지 국감은 ‘현장감사’ 원칙에 따라 통상 해당 부처에서 진행됐다. 각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아침에 국감장에 왔다가 저녁에 돌아가면 됐다.

그러나 세종 시대가 열리면서 국회의원들도, 피감기관인 부처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둘 중 한쪽은 대규모 부대와 자료를 이끌고 서울이든 세종시든 이동해야 한다.

국회에서 하자니 눈치가 보인다. 정부청사를 세종시로 옮긴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고, 지역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세종시에서 하자니 의원들이 피곤한 기색을 보인다. 기획재정위원회를 예로 들어보면 소속 국회의원만 26명이고 보좌관 등 여기에 딸린 식구들까지 그야말로 대이동을 해야 한다. KTX를 타도 두 칸은 족히 전세를 내야할 처지다.

피감 부처들도 이들의 식사와 숙박을 어디서 해결해야 할지 고민되긴 마찬가지다.

화상 국감을 해보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국무회의에 활용되고 있는만큼 시스템은 갖춰져있고, 피감 부처들이 가장 환영하는 방안이기도 하지만 감사하는 쪽에서는 반응이 영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세종정부청사 전경  [안훈기자 rosedale@heraldcorp.com]

▶불 꺼지는 세종청사?= 각 부처 직원들에게는 국감기간에는 거의 죽었다고 생각해야 하는 시기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2, 3시간에 불과하게 야근이 반복된다.

이번엔 이런 풍경이 다소 바뀌었다. 10시를 전후해서는 세종청사에는 불이 꺼지는 사무실이 많아진다. 세종시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마지막 통근버스 시간이 10시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새벽 한 두시가 넘어가더라도 택시비나 주면 됐지만 지금은 서울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퇴근하겠다고 일어서는 이들을 붙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국감 준비 업무가 덜어질 리는 없다. 사무실에서는 빠져나왔지만 이들은 집에서도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한다. 지시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를 작성해 이메일로 주고 받는다. 몸만 집에 있는 온라인 대기조인 셈이다.

한 부처 국장은 “세종시로 옮기고 나서는 밤 늦게까지 야근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그 대신 온라인으로 일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는 이전이나 다를바가 없다”고 토로했다.

막판까지도 조율을 거듭하더니 이번 국감 장소는 대부분 하루 정도만 세종시에서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세종시에 하루라도 가긴 해야 하겠으나 그 이상은 안되는 모양이다. 온통 공사판이라고 소문난 세종시에서의 하룻밤이 두렵긴 두려웠나보다.

국감 일정이 세종시와 국회로 번갈아 잡히면서 직원들은 또 다시 KTX에 몸을 실어야 한다. 차라리 어느 쪽이든 한 곳으로 되면 그곳에 진을 치고 있으면 될텐데 이번엔 그 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세종과 국회를 왔다갔다 해야 할 처지가 됐다.

hug@heraldcorp.com

[안훈기자 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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