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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국감에 결국 호출…기업들 “회장님을 지켜라” 전전긍긍
[헤럴드경제=산업부]올 국정감사가 ‘기업감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여지없이 주요 그룹ㆍ기업의 오너ㆍ전문경영인(CEO)을 증인으로 채택해 여의도와 기업간 ‘밀당(밀고 당기기)’이 재연될 판이다.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국감에 호출당한 기업의 관계자들은 어림잡아 2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기업은 대응 방안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영상 긴요한 국내ㆍ외 출장 스케줄과 합리적인 이유를 국회의원에게 알리는가 하면, 피할 수 없다면 출석해 문제가 된 사안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등 천태만상을 엿볼 수 있다. 업종이 비슷한 기업들은 경쟁사의 오너ㆍ전문경영인이 국감장에 불려나가는가를 놓고 ‘회장님 지키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다. 워낙 부르는 국회의원이 많은 탓에 ‘국감에 대처하는 기업의 자세’는 올해 특히 불만이 팽배해 국회의원에게 도를 넘은 뭇매를 맞아야 하는 기업의 입장을 여론이 알아주길 바라는 눈치도 역력하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국감에서 기업인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하루종일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가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국회의 의례적인 권위를 뽐낼 시대는 지났다”고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너가 답변할 사안이 아닌데”…증인 채택 허탈 속 예의주시파=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정무위원회 등은 경쟁이라도 하듯 오너와 CEO를 호출했다. 산자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인사 등 4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고, 정무위도 50여명에 달하는 기업인을 국감장에 부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 국정감사가 ‘기업감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여지없이 주요 그룹ㆍ기업의 오너ㆍ전문경영인(CEO)을 증인으로 채택해 여의도와 기업간 ‘밀당(밀고 당기기)’이 재연될 판이다.

이 가운데 오너의 출석이 예정된 기업 관계자들의 심정은 그야말로 착잡하다. 그러면서도 최종적으로 국감장에 출석할지는 미정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모 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엔 회장께서 미리 예정돼 있던 해외 출장을 가는 탓에 국감에 출석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국감 출석 예정일에 국내에 계신다”며 “출석을 하실지 상황을 봐야 하는데 사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답변해야 더 정확한 사안인데 오너를 부르기로 한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지난해 국감 불출석을 이유로 법원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일부 오너들의 사례를 감안할 때 정당한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국감을 피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 더욱 움츠러 들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주요 오너와 CEO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다는 얘기가 나올 때 대관 담당자들이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접촉한다”며 “언론의 오보를 토대로 증인 신청을 하는 경우엔 해당 기업의 입장을 듣고 의원실 측에서도 증인 신청을 철회할 때가 있어 기업으로선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잘못 한 건 인정 하지만”…적극 소명파=어차피 국감에 나가야 한다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을 인정하고 매를 맞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기업도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언론에서 (문제가) 크게 다뤄진 뒤 회사 차원에서도 중소기업, 대리점과 상생을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의원들에게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감장에서 잘못 알려진 부분은 바로 잡겠다는 소신파 기업도 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기업 경영의 현실을 놓고 볼 때 불가피한 부분으로 책을 잡힌 경우도 있다”며 “관련 법 정비가 필요한 대목에 대해선 의원들께 건의를 드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 유통업체는 국회의원들의 이번 국감 호출의 배경까지 ‘스터디’를 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기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 CEO를 호출한 국회의원은 딱히 (우리의) 잘못한 부분을 지적하려는 게 아니라 상생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 달라는 주문을하기 위해 부른 걸로 알고 있다”며 “상생과 동반성장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을 알릴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정 조율에 ‘올인’파=CEO의 사정상 국감 출석이 어렵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며 일정 조율에 힘을 쏟는 기업도 많다. 정 여의치 않으면 ‘대참(대신 참석)’카드를 꺼내기도 한다.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애초 국회는 정준양 회장을 공정거래협약 이행자료 허위제출 건으로 오는 15일 국회에 부르려 했지만, 정 회장이 세계철강협회장 취임을 위해 브라질 출장 뒤 인도네시아 등으로 해외 일정이 잡혀 있어 박기홍 사장이 ‘대참’ 하기로 했다.

굴지의 그룹에 속한 CEO도 국회와 일정 조율에 한창이다. 이 그룹 관계자는 “증인 출석 당일에 CEO가 지방 출장이 있는데 그룹의 미래 사업과 관련한 것”이라며 “국회에 참석이 어려운 이유를 세세하게 알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이석채 KT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올해에만 KT 내부에서 자살한 임직원이 10명이나 돼 노무 관리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KT는 이 회장 참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미방위 요구대로라면 이 회장은 이달 31일 국감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달 28일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개최되는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Transform Africa Summit)에 이 회장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아프리카 10개국 정상과 정보통신 장관이 참석하는 자리다. KT가 해외진출 지역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지역이 아프리카인 만큼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이번 르완다 행사를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KT측은 이 회장이 국감 증인 출석날 르완다에 있을 예정이라 증인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밝혔다.

내로라하는 한 유통업체는 CEO 무려 3군데 상임위에 호출을 받아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국감 출석 때문에) 큰 일이다”라며 “예년엔 많아야 2개 상임위에서 불렀는데 올해는 특히 많아진 것 같다. CEO가 출석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최대한 국회의원에게 사정을 얘기해서 일정을 조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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