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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모의 경쟁 아닌 창의의 경쟁시대…우리 모두는 디자이너다”
세계적 디자인 거장들이 전하는 메시지
팀 브라운 아이디오 CEO
“디자인은 20세기 후반까지만해도
엘리트 등 소수계층의 전유물…
소셜미디어 통해 디자인세계 개방된 시대
전 직원이 디자인에 대한 니즈 이해해야”


이돈태 탠저린 공동대표
“한국기업에 가장 부족한 건 파트너십
업종·문화간 경쟁 때문에 창의성 꺾여
협업이야말로 창의적 발상의 근간
상하관계 아닌 수평적 관계 찾아야”



‘혁신, 혁신, 혁신….’

최근 한국 기업들은 ‘혁신 노이로제’에 걸렸다고 한다. 조직을 바꾸고, 신제품을 만들고,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해도 ‘특별함’이 없다면 반쪽 성공에 그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혁신의 눈높이가 높아진 탓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너도나도 혁신만을 외치고 있다. 혁신은 이 시대에 가장 강력하면서도 필수적인 생존 무기이기 때문이다. 혁신 중에 기업들이 가장 어렵다는 분야가 바로 디자인이다.

이런 기업들의 고민에 세계적인 디자인 대가들이 해답을 제공했다. 팀 브라운 아이디오(IDEO)이 최고경영자(CEO)와 이돈태 탠저린 공동대표는 지난 7일 열린 ‘헤럴드디자인위크2013 ’ 개막식에서 디자인 혁신을 푸는 열쇠는 주변에 있다며 협업(파트너십)을 강조했다. 디자인은 ‘나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의미다. 

㈜헤럴드 창사 60주년을 맞아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이벤트홀에서 열린 기념식 및 특별 강연에 정ㆍ재
계 및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창사를 축하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 유
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홍원 국무총리, 홍정욱 ㈜헤럴드 회장,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이영만 ㈜헤럴드 사장 겸 헤럴
드경제ㆍ코리아헤럴드 발행인.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팀 브라운 “창의적 기업가 정신은 모두가 디자이너처럼 행동하는 것”= ‘디자인업계의 맥킨지’로 불리는 아이디오의 팀 브라운 CEO는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창의가 빛을 발하고, 디자인이 창의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팀 브라운은 IBM이 2010년 500개 기업 CEO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인용하며 “50년 전에는 하나의 디자인을 활용해 스탠더드한 브랜드를 만들어 영구적 제품을 만드는 규칙이 통했지만, 지금은 끊임없이 혁신을 안 하면 생존 못하는 시대인데, 복잡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성”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창의성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디자인은 엘리트 등 소수 계층을 위한 전유물이었다면, 지금은 단순히 몇몇 유명 디자이너만으로는 혁신을 추구하기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팀 브라운은 혁신을 이끄는 동력이 ‘기업가 정신’이라고 전제하며 기업가 정신이 뿌리내리는 사회를 위해서는 “모두가 디자이너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모든 직원이 디자인에 대한 니즈를 이해하고, 전 직원을 동원해 디자인을 도구로서 이용하는 문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사적인 디자인이 강조되면서 나타나는 변화 중의 하나가 아래로부터의 도전이라고 팀 브라운은 소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디자인 세계를 개방하면서 디자인이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며 “덕분에 스타트업(창업) 기업들이 대기업들과 규모의 경쟁이 아닌 창의적 경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의 접근성이 높아져 모든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소수의 디자인에서 모두의 디자인이 되면서 팀 브라운은 디자인이야말로 ‘협업의 세계’로 재탄생했다고 했다. 그는 “특정 개인 간의 협업은 물론 팀 끼리의 협업도 시스템적으로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헬스케어, 교육, 기후변화처럼 복잡하게 얽힌 분야일수록 협업을 통한 창의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돈태 “한국 기업에 파트너십 가장 부족, 도구 아닌 동료로 인정해야”=이돈태 탠저린 공동대표도 잡스와 아이브의 관계를 중요하게 언급했다. 이 대표는 아이브를 탠저린에서 애플로 스카우트된 세계적인 디자이너라고 소개하며 아이브 사례는 동료가 창의적 발상을 가로막는 한국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그는 “외곬 기질의 잡스가 처음에는 아이브를 상대 안 했지만, 아이브가 잡스 집까지 찾아가 아이폰 디자인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잡스가 아이브를 인정했다”며 이를 지금의 애플이 있기까지 가장 결정적 순간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한국 기업에 가장 부족한 것이 파트너십이다”며 “업종 간, 문화 간을 불문하고 한 기업 안에서도 경쟁이 벌어지는 모습 때문에 창의적 발상이 꺾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협업이야말로 창의적 발상의 근간이라고 했다. 그는 “파트너를 도구로 여기지 말고 동료로서 존중해야 한다”며 “경직된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기업 비전이 밝다는 점은 초기 파트너십 구축으로 성공한 영국 기업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협업과 함께 창조적 발상을 위한 균형과 조화를 주문했다. 이 대표는 “기업들 사이에서 인사이트는 강조되는데 이는 정량적 데이터와 논증으로 사람들의 니즈를 발견하는 것이라 많은 비용이 들고 고객이 얘기하지 않은 니즈는 찾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며 “인사이트와 함께 ‘포어사이트(foresightㆍ선견지명)’가 어우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사 영국 항공을 예로 들며 ‘비즈니스석에 역방향 좌석을 도입해 의자 수를 줄이지 않고도 수평으로 누워갈 수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며 “이는 코쿤처럼 자기만의 공간을 좋아하는 현대인의 니즈를 예지한 포어사이트가 있어 가능했다”고 했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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