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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전 그 음악…아직도 앞서 있다”
5년 만에 돌아온 일렉트로닉 록 밴드 ‘레이시오스’
5년전, 2008년 그 앨범…
돈없어 자비로 앨범 1000장 제작
전위적 음악에 시장외면 팀 해체

5년후, 2013년 그때 그 앨범…
일렉트로닉 록 인기에 팀 재결성
볼륨 낮추고 악기톤 잡아 마스터링

그리고 하고픈 음악은…
김추자 ‘님은 먼곳에’ 등 옛 명곡
일렉트로닉으로 편곡해보고 싶어


지난 2008년 밴드 더 레이시오스(The Ratios)의 첫 정규 앨범 ‘버닝 텔레파시(Burning Telepathy)’는 ‘저주 받은 걸작’이었다.

록밴드 시나위 출신 보컬 김바다를 중심으로 결성된 더 레이시오스는 당시 국내에선 보기 드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록을 선보여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 앨범은 고작 1000장만 제작된 채 사장됐고,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3년, 일렉트로닉 록은 대중에게 그리 낯선 음악이 아니다. 이디오테잎ㆍ글렌체크 등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가왕’ 조용필도 19집 ‘헬로(Hello)’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달라진 분위기에 고무된 멤버들은 밴드 이름을 레이시오스(Ratios)로 변경하고 5년 전 앨범을 다시 손 봐 ‘러스티 이니셜라이제이션(Lusty Initialization)’이란 이름으로 재발매했다. 밴드의 멤버 김바다(보컬)ㆍ김정준(기타)ㆍ박상진(사운드메이커)ㆍ김영식(드럼)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바다는 “2008년 단 3번 공연을 벌였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지만 시장이 우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이제 한국에도 일렉트로닉 록 신이 생겼지만, 5년이 흐른 지금도 이 앨범의 음악은 빠르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라고 재발매 소감을 밝혔다. 박상진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앨범이었지만 소속사 없이 자비로 제작한 앨범이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새로운 앨범을 제작한다는 마음으로 마스터링 작업을 다시 진행하는 등 5년 전에 의도한 결과물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정규 앨범 ‘러스티 이니셜라이제이션(Lusty Initialization)’ 밴드 레이시오스. 왼쪽부터 김영식(드럼)ㆍ김바다(보컬)ㆍ박상진(사운드메이커)ㆍ김정준(기타).                                                                                                                [사진제공=에버모어뮤직]

앨범엔 따뜻한 신서사이저 사운드와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멜로디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러브 이즈 올(Love is All)’을 비롯해 걸그룹 크레용팝이 코러스로 참여해 흥을 더하는 일렉트로닉 펑크 ‘예예예(Yeah! Yeah! Yeah!)’ 등 12곡이 담겨 있다. ‘패션 이즈 러브(Passion is Love)’는 편곡을 전면 개정했다. 앨범 전반적인 사운드 또한 원작보다 풍부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도 큰 변화 중 하나다. 이들의 음악에 매료된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앨범 속지를 쓰는 일을 자청했다.

박상진은 “국내 앨범은 대부분 과도한 볼륨 경쟁을 벌여 사운드를 크게 키우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는 볼륨을 줄이는 대신 악기의 톤을 세밀하게 잡아 섬세하고 선명한 느낌을 주는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방향으로 마스터링을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록과 일렉트로닉을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 일렉트로닉 록을 ‘이단’으로 바라보는 록 마니아들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시선에 대해 박상진은 “일렉트로닉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없기 때문에 록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레이시오스는 오는 13일 서울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라이브뮤직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이어 이들은 연말에 단독 공연도 계획 중이다.

김바다는 “우리의 음악을 알릴 수 있다면 가요 프로그램 무대에 얼마든지 립싱크로도 오를 수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 등 옛 가요 명곡을 일렉트로닉으로 재탄생시켜 대중에게 선보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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