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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지규제 등 ‘통 큰 완화’…기업투자 북돋워야 돈이 회춘한다
꽉 막힌 돈 혈맥 청소하려면…
투자추세지수 상반기 93→하반기 71 급락
은행에 묵혀둔 예금은 313조 사상최대
예금회전율도 4.0회…2009년수준 못미쳐

국내·외 경기불확실성에 당국 압박까지…
위축된 기업투자심리 회복 최대 과제




노령화된 우리나라의 막힌 돈 혈맥(血脈)을 청소해주기 위한 첩경은 침체된 기업의 투자에 붐을 일으켜주는 것이다. ‘기업투자 활성화→고용창출→민간소비 활력’의 경기의 선순환 고리를 되살려 주는 것이 국내 자본의 흐름을 젊게 만들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투자 약(藥) 실종으로 굳어진 ‘자금혈맥’=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 저조와 이로 인한 자금 활력 상실은 위험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제조업 설비투자실행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5로 100을 훌쩍 상회하던 2011년에 비해 하락한 상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내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투자지수를 조사한 결과, 올 하반기 투자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는 투자추세지수(기준치=100)는 상반기 93.7에서 71.3으로 급락했다.

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에 쌓아둔 기업예금은 지난 6월 312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7월 현재 30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 상황은 8년여 만에 가장 호전된 상황이다. 설비투자를 줄이면서 자금을 외부에서 빌릴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의 ‘비금융 법인기업의 자금순환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자금부족은 1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무려 6조2000억원가량 감소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은행에서 돈을 넣고 빼는 일이 줄어들게 되면서 예금회전율 역시 저조하다. 한은에 따르면 7월 현재 회전율은 4.0회를 기록하면서 석달 만에 4회선을 회복했지만, 5회를 상회했던 200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예금회전율은 시중은행 계좌에서의 인출횟수를 근거로 일정기간 중 시장에서 돈이 얼마나 활발히 순환됐는지와 예금통화의 유통속도를 나타내준다.

통화승수도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7월 통화승수는 21.7배로 6개월 만에 20배 수준을 회복했지만, 27배까지 올랐던 2008년에 비해 여전히 저조한 상태다.

통화승수는 광의통화(M₂)를 본원통화(중앙은행의 창구를 통해 발행된 돈)로 나눈 것으로 본원통화가 낳은 통화 창출능력을 보여줘 전통적으로 통화 흐름이 얼마나 원활한지 보여주는 지표로 통용되고 있다.


▶“큰 규제 완화가 핵심”=현재 정부는 원활한 자금 흐름과 경기 회복에 대한 해법으로 재계 등 기업들의 투자를 주문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신성장 산업이 보이지 않고 과거처럼 대규모 시설투자를 할 만한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글로벌 환경도 좋지 않는 데다가 내수 전망도 시계 제로이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검ㆍ경의 전방위적 압박도 투자 심리 위축에 큰 요인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세 차례에 걸친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정부가 당장 풀 수 있는 투자 관련 규제는 거의 풀었다고 자평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기업들은 수도권 입지 등 ‘큰 규제’는 그대로 두고 ‘작은 규제’만 다루며 변죽만 울렸단 불만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 반대하는 수도권 공장ㆍ업무시설 입지 제한 등 핵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현탁 정책금융공사 조사연구실 산업팀장은 7일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선 기업들도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긴 힘들 것”이라며 “동양그룹 등 큰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경우를 보면서 다른 기업들 입장에선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연ㆍ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돈이 늙어가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기업과 개인이 돈을 쓰는 데 주저하게 만든다. 장기 불황을 맞아, 100세 시대를 맞아 이해 못할 법도 없다. 하지만 돈이 돌아야 불황 극복을 앞당길 수 있다. 노후도 더욱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사진은 지난달 추석 직전 한국은행에서 유통을 기다리고 있는 돈 다발들.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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