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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소설 ’객주‘, 서민의 역사에 길을 내다...김주영, 34년만에 완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한국 역사소설의 한 획을 그은 김주영의 장편 대하소설 ‘객주’(문학동네)가 마지막 10권을 내놓으며 34년 만에 비로소 완성됐다. 1979년부터 5년간 신문연재한 ‘객주’는 1984년 9권으로 묶여 나왔지만 작가는 여운을 남겼다. 조선후기사를 발로 써내려가는 데 진이 빠져 소설을 내렸지만 지난 30여년간 그는 마음속에서 ‘객주’를 놓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이중환의 ‘택리지’를 읽다가 삼척 울진 근방에 80여호가 염전을 일구고 산 소금장수 얘기를 듣고 그는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그들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넘나들던 십이령 고갯길도 고스란히 보존돼 있고, 봉화에는 이들의 공동 명의 재산인 농토도 남아 있었다. 그렇게 객주는 다시 이어졌다.

‘객주’는 1878년부터 1885년까지 보부상들의 길 위의 파란만장한 삶의 이야기다. 의협심 강한 주인공 천봉삼을 따라가며 경상도 일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근대 상업자본의 형성과정과 피지배자인 서민의 입장에서 근대역사를 기술한 첫 역사소설이다. 80년대 초만 해도 역사소설은 왕조, 궁중 중심이었다. 당시 역사연구도 서민의 삶은 대상이 아니었다. 작가는 홀로 자료를 찾고 답사를 하며 그 길을 내왔다. 연구논문 뒤에 ‘객주’가 꼭 따라붙는 이유다.


“객주의 주제는 1권부터 모두 밑바닥 인생 이야기예요. 이들이 어떻게 살았고 뭘 먹고 어디서 자고 누굴 만나고 어떤 일을 했는지 애환을 줄기차게 기술한 것이죠.”

서민을 다룬 역사소설은 ‘객주’ 이후 ‘태백산맥’ ‘장길산’ 등으로 넓어진다. 그는 이런 작업이 많이 이루어져 서민도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계층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길 기대했다. ‘객주’는 장기수와 기업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 소설로도 유명하다. 서민들의 흥미진진하고 진한 얘기와 상행위에 관한 첫 소설이어서 이들의 호응은 지금도 크다. ‘객주’를 완독하고 그를 후원하는 중견기업인 10여명도 있다.

민중생활의 박물지로서, 토속적 로맨스와 옛말과 토속어의 집대성으로서 ‘객주’의 자리는 크고 깊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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