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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객 배려 아쉬운 자막…‘서울국제공연예술제’
“자막이 안 나와서….”

3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손택: 다시 태어나다’의 공연이 끝나자 극장 문을 밀고 쏟아져 나온 관객들 사이에선 ‘자막’ 얘기부터 나왔다. 미국의 지성, 문화비평가 수전 손택(1933~2004)의 일기를 모놀로그 형식으로 들려주는 이 공연은 이미지 연출에 강한 극단 빌더스 어쏘시에이션 작품으로,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해외초청작 가운데 기대작 중 하나였다.

공연 첫 날인 이 날 객석도 빈틈 없이 꽉 찼다. 하지만 전체 80분 분량 가운데 번역을 빠뜨린 부분이 태반이여서, 관객은 영어로 하는 모놀로그를 알아서 해석해야만했다.

2일 개막작 ‘빅토르 혹은 권좌의 아이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프랑스 국립극장 떼아뜨르 드 라빌의 최신작에 프랑스 공연계 ‘파워맨’ 엠마뉴엘 드마르씨-모타의 연출인 까닭에 한국 공연 애호가들의 관심은 진작부터 높았다. 강렬한 미쟝센 연출, 배우의 에너지가 관객에게 새로움을 던졌지만,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대본을 한국어로 적절하게 번역했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았다. 한국어로는 알쏭달쏭한 대사에 ‘난해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자막 판의 눈부심도 거슬렸다.


주최 측 한국공연예술센터 관계자는 “‘손택: 다시 태어나다’의 마리안 윔즈 연출가가 처음부터 50%만 번역할 것을 요구했다. 관객이 자막에 신경쓰면 스크린과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연출 기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우리 쪽에서 요구해 그래도 번역을 70%가량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연출 상 의도적 번역 누락이라면, 손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관객을 배려한 사전 고지가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초현실 VS 리얼리티’를 주제로 오는 26일까지 열리며, 7개국 21개 단체의 최신작 19개 작품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올해는 예년과 비교해 대성황을 이뤄 성공적이란 평가다.

3일 한국공연예술센터에 따르면 해외 초청작들의 총 34 회차 공연 중 12회차가 매진됐으며, 개ㆍ폐막작 등 5개 주요 해외 작품은 유료 관객이 70%를 넘었다. 한달전서부터 예매가 쏟아져, 지난해 행사보다 예매가 배 가량 늘었다. 공연 마니아들 뿐 아니라 부쩍 깊어진 가을, 해외의 수준높은 예술작품을 만나려는 일반인들의 예매가 늘어난 덕이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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