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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 한구석 저미게 하는…일상적 서정의 감동 불렀죠”
정규 4집 앨범 낸 ‘원조 홍대여신’ 이아립
나지막이 스며드는 맑은 목소리는 무릎 담요처럼 포근하고 따스하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서정의 붓으로 그려낸 노랫말은 담백한 쓸쓸함으로 가슴 한구석을 저릿하게 만든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실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잔잔한 노래들. 싱어송라이터 이아립의 독백은 마음의 옷고름을 슬그머니 잡아당기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이아립이 3년 만에 네 번째 정규 앨범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를 발표했다. 늘 그래 왔듯 이아립의 컴백은 요란한 홍보 한 줄 없이 고요했다. 그러나 카페 한구석에 앉아 턱을 괴고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이 ‘언니’의 소식을 용케 알고 찾아오는 팬들이 적지 않다. 최근 서울 합정동 카페 ‘무대륙’에서 이아립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아립은 “이전의 내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것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주변에서 정의하고 바라보는 나로부터 침식당하지 말고, 내 모습 그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앨범을 작업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네 번째 정규 앨범 ‘이 밤, 우리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네’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이아립.               [사진제공=열두폭병풍]

앨범엔 타이틀곡 ‘뒷일을 부탁해’를 비롯해 ‘두 눈에 비가 내린다’ ‘등산’ ‘바람을 일으키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서라벌 호프’ ‘사랑의 내비게이션’ ‘리버 피닉스’ 등 10곡이 담겨 있다. 최소한의 편곡을 통해 음악적 수사를 덜어낸 자리로 파고드는 목소리의 힘은 잔잔하지만 묵직하다. ‘두 눈에 비가 내린다’의 “앞이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걸음을 멈출 수가 없어 계속 걷는다”, ‘등산’의 “뭐 먹고 사느라고 이 좋은 걸 모르고 살았나”, ‘사랑의 내비게이션’의 “밤이든 새벽이든 전원만 켜면 OK 규정속도로 당신께 달려갈게요”와 같이 은유와 직유를 오가는 진솔한 가사들은 어렵지 않은 언어로 일상의 서글픈 상념을 들춰냄으로써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스레 일깨워준다.

이번 앨범이 전작들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동료 뮤지션들의 참여다. 기타리스트 조정치, 이아립과 함께 프로젝트 밴드 ‘하와이’로 앨범을 발매했던 이호석이 편곡자와 연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제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강아솔도 ‘서라벌 호프’에 피아노 연주자로 힘을 보탰다. 앨범의 거의 모든 작업을 홀로 진행했던 전작들과 비교하면 대단한 변화다.

이아립은 “가끔 내가 만든 노래들이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있는데 ‘뒷일을 부탁해’가 그런 노래”라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신세 지지 않고 홀로 모든 것을 수습하는 삶을 살아왔는데 이번엔 대놓고 많은 이에게 이런저런 부탁을 하며 이전의 나를 털어버리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다양한 길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친환경 CD로 제작돼 눈길을 끈다. 이 CD의 수명은 약 60년으로, 수명이 다하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아립은 “이 앨범은 지금 이 순간에도 천천히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며 “친환경적이기도 하지만 앨범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그 앨범과 삶을 함께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아립은 다음달 3일 서울 홍대 벨로주에서 앨범 발매 기념 단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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