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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바꾸는 힘(Re-imagine the World), 내 이름은 ‘디자인’입니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나는 누구일까요?

제 나이는 사실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혹자는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저도 존재해왔다고 해요. 요즘 인간 세상을 보면 ‘100세 시대’라고 하던데, 나이로만 치면 저로선 조금 우습기도 합니다.

같은 물건이라도 조금 더 아름답게, 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고안하고 싶은 인간의 태초적 욕망이 저를 만들었다고 할까요. 먼 옛날 여러분의 조상이 단순한 토기에 빗살무늬를 그려 넣어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부터 오늘날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이 입은 형형색색의 의상까지, 뿐만 아니라 도로 위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만든 교통표지판의 색을 눈에 잘 띄는 검정, 노랑, 빨강의 조합으로 만든 것 역시 저의 숨결이 닿아있어요. 바로 인간 생활의 다양한 목적에 맞게 실용적이면서도,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미적인 조형을 계획하고 표현하는 내 이름은 ‘디자인’입니다.

오늘날 많은 회사는 저 때문에 울고 웃는 경우가 많습니다. 똑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일지라도 저를 얼마나 더 잘 표현하느냐의 차이에 따라 찾는 사람의 수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 들어 저에게는 단순히 특정한 사물의 아름다움이나 편리성 등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더 넓은 범위의 의무가 주어지고 있어요. 바로 사회에 제가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죠. 이전 사람들이 저를 통해서 심미적인 만족감과 기능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던 것에 비해 오늘날에는 대다수 사람과 사회, 더 나아가 자연환경까지도 도움을 줄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어요. 그러다보니 저는 요즘 ‘세상을 바꾸는 힘(Re-imagine the World)’에 대해 몰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게 그런 파워(Power)가 있다고들 하더군요. 

착한 디자인, 옳은 디자인(Right Design)은 ‘세상을 바꾸는 힘(Re-imagine the World)’이다. 공존과 사회적책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는 착한 디자인을 활용해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대표적 모델로 꼽힌다. 구호는 지난 2006년부터 시각장애 어린이들의 눈을 뜨게 해 패션의 아름다움을 같이 나누자는 취지에서 ‘하트 포 아이’라는 이름의 사회공헌 활동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상품 판매 수익금 전액이 시각장애 어린이의 개안수술 기금으로 기부되는데, 현재까지 총 210여명의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이 캠페인을 통해 개안수술을 받았다. 사진은 캠페인에 참여한 연예인들. [사진제공=제일모직]

얼마 전, 이웃 나라 일본 도요타라는 자동차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제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그 친구에게서 들은 얘기는 매우 흥미로웠어요. 우선 이 회사는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츠츠미공장의 외벽에 노란색의 광촉매도료를 칠했다고 하더군요. 바로 자외선과의 화학 반응을 통해 공기 중의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을 분해하는 특수 성분을 가진 도료를 통해 공기도 정화할 뿐만 아니라 회색 일변도였던 공장도 더욱 아름답게 바꾼 것이죠. 물론 일본의 그 친구가 주인공이 돼 주도한 것이지요.

또 츠츠미공장의 지붕에 1만6000여장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시간당 2000㎾ 수준으로 전기를 만들고 있대요. 이를 통해 일본 내 일반 가정 500가구의 사용량과 맞먹는 전기를 만들어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840톤씩 줄이고 있다고 하네요. 심지어 자동차 회사인 이곳에서는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을 갖춘 ‘스마트 그리드’ 주택을 고안하고 실험에 착수했다고 해요. 바로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드는 것에만 그 친구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도 해결함으로써 사회 공헌 효과도 얻고 있는 것이지요.

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제대로 적용된 디자인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어요. 단순히 제품과 상품의 디자인은 넘어 인간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세상에서 제게 주어진 책임이라 생각해요. 바로 ‘DSR(Design’s Social Responsibilityㆍ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이죠.

아 참, 헤럴드경제에서는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헤럴드디자인위크2013 행사를 연다고 하네요. 그곳엔 저도 참여합니다. 착하고, 공존과 공감의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저를 만나고 싶으면 한번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이름이 뭐라고 했죠? 다시한번 말씀 드릴게요. 내 이름은 ‘디자인’이랍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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