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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관 ‘스펙 거품빼기’ 손 잡았다
대통령직속 청년위 ‘채용문화 확산’ 협약
대한상의·삼성전자 등 17곳 참여
기재·교육부 등 부처도 동참
닫힌 공무원사회에 새바람 기대




“스펙(SPEC)이 뭐 그리 대단한가요? 열정과 능력이 중요하지….”

채용문화가 진화하면서 많은 기업 인사담당자가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학력이나 학벌, 자격증 개수, 토익 점수가 채용 기준이 아니고, 이젠 능력이 우선시되는 세상이라는 뜻이다. 과연 그럴까. 일부는 맞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다.

오늘도 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은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짊어진 채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 등을 전전한다. 삼성 대졸 공채에 사상 최대인 10만명이 몰리는 등 극도로 심각해진 취업난의 현실 앞에서 아직도 취업 해답을 스펙에서 찾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남민우 위원장)와 정부부처, 민간ㆍ공공기관은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펙 초월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식에는 청년위원회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등 정부부처와 대한상의, 네이버, 두산, 삼성전자, 중소기업진흥공단, 포스코, 한국남동발전, 한국산업은행, 한국산업인력공단, 현대자동차, KB국민은행, LG, SK 등 총 17개 기관이 참여했다. 민관이 힘을 합쳐 진정한 ‘스펙 탈출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행사는 스펙과 상관없이 열정과 창의력이 있으면 능력을 키워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스펙 초월 채용 문화를 전 사회적으로 파급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 주체가 청년위원회라는 점도 눈에 띈다. 청년위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청년과 소통을 강화하고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기획ㆍ조정ㆍ평가하기 위해 박근혜정부 들어 신설된 것이다. 이에 청와대가 ‘스펙 없는 채용세상’을 위해 본격 지원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기재부 등 정부 부처도 동참한 것도 상징성이 커 보인다. 고시 기수와 학연, 지연 등이 아직도 남아있는 공무원 사회에서 능력 위주 인재 육성 흐름으로 180도 전환될지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미 ‘열린 채용’에 앞장서 왔다. 다만 스펙 위주 채용 잔재가 있는 곳도 상당수라는 점에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전 산업계로 스펙 탈출 분위기가 확산될지도 하나의 포인트다. 남민우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 ‘스펙 초월’은 ‘스펙’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무관한 과도한 스펙을 배제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기존의 채용 관행을 개선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한마디로 ‘거품’을 빼자는 것이다.

이에 민관의 합심으로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 정착을 위한 제도적 개선과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정부는 스펙 초월 채용 사례를 분석ㆍ평가하고 우수사례를 적극 발굴하며,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 구축, 직무능력 표준과 학교교육 연계, 공공기관의 스펙 초월 채용 플랫폼 도입ㆍ확산 등을 추진키로 했다. 기업들 역시 스펙 초월 채용시스템을 마련하고, 이 같은 채용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협력하는 동시에 이를 적극 홍보키로 했다.

안은숙 청년위 전문관은 “기업들의 스펙 초월 채용문화를 연구했고, 이를 전 사회에 전파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댔다는 게 중요하다”며 “청년 채용문화가 바뀌어야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행사에선 입사지원서에 불필요한 스펙 기입란 삭제(LG), 전공ㆍ학력과 무관한 역량중심 채용프로그램 확대(삼성전자ㆍ네이버), 스펙 초월 소셜 리크루팅 확대(중소기업진흥공단ㆍ한국남동발전), 지방대 우수인재 확보(현대차), 핵심 직무역량 모델 중소ㆍ중견기업 보급(대한상의) 등의 열린채용 사례가 소개됐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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