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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레이드앤트렌드> 중국인의 소비코드는 ‘안전제일’
권도하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장
최근 중국에서 분유가 또다시 사회적 이슈가 됐다. 뉴질랜드 최대 유제품 업체인 폰테라(Fonterra)가 지난해 5월에 생산한 유청 단백질 농축물이 신경독소 박테리아에 오염된 것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유제품 수입이 급증하면서 수입 분유의 80%를 뉴질랜드산에 의존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는 세계 5대 유제품 수출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뉴질랜드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최하위인 5.4%까지 추락했다. 뉴질랜드가 쌓아온 청정국가 이미지가 일순간에 사라졌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분유를 다시 구매하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뉴질랜드산 유제품 파동을 틈타 재기를 노렸던 중국 국내 분유업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되레 자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만 재확인한 꼴이됐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분유 외에도 식품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중국의 골판지 만두, 가짜 달걀, 폐식용유 유통 등은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사건들이다. 2004년 이후 알려진 중국 전역의 식품 관련 안전사고만 해도 3000건이 넘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장품, 분유, 의류, 신발, IT 등 주요 제품에 대한 외국산의 인기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자연스레 중국인들의 해외 소비도 늘고 있다. 지난 해 해외여행에 나선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소비한 금액은 1020억 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해외에서 가장 씀씀이를 기록했다.

해외구매 대행도 성행하고있다. 지난 해 구매 대행을 통한 수입액은 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82.3%나 성장했다. 금년에도 약 54%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에서 구입하기 힘든 개성있는 제품, 중국의 높은 관세율로 인한 수입제품의 가격 차이, 품질에 대한 신뢰, 특히 안전하다는 선입견이 중국 소비자들의 해외구매를 선호하는 주요인이다.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 관광객들이 분유를 싹쓸이하는 바람에 현지인들이 소비할 물량이 부족해 홍콩 당국이 구매 제한령을 실시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바 있다. 노동절 연휴 기간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타이완에서 또 분유를 사재기해 품절 사태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차이나 마켓리서치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경제력이 있는 중국 소비자들은 본인이나 가족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해 안전하다고 생각할 경우 기존 가격에 20% 상당의 프리미엄을 더해서라도 구입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요즘 젊은 부모들은 1980년 이후에 태어나 개혁개방시대에 상대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난 ‘바링허우(80後)’ 세대다. 자녀를 위한 소비 규모도 기성 세대에 비해 훨씬 크고 그만큼 양질의 제품을 구매할 경제력도 갖추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중국의 소비코드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소비자에게 한국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주기위한 감성적 연결고리를 구축한다면 중국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거꾸로 건강과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제품에 대해서는 굉장히 민감한 만큼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나아가 국가 이미지와 비즈니스 전반에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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