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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규방 장식했던 나전칠기장...이것이 진정한 ‘조선의 럭셔리’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상하 두단으로 나뉜 장에 나전칠기로 우리의 산하(山河)가 섬세하면서도 격조있게 새겨졌다. 눈부시게 빛나는 나전의 광채가 화려하기 짝이 없다. 백동장식 또한 그 간결함이 빼어난 미감을 더해준다. 조선시대 안방마님의 규방에 놓였던 목가구 ‘나전이층농'이다.

흔히들 서양 앤틱가구의 화려함을 높이 치며 떠받들지만 우리 선조들이 만든 이 가구야말로 최고의 명품이다. 단아한 기품과 우아함이 ‘럭셔리의 끝’이라 할만 하다.

통상적으로 나전이층농에는 소나무, 사슴, 학, 복숭아 등 장수를 의미하는 문양이나 모란, 매화 등 사랑을 뜻하는 문양이 새겨지지만 이 농은 특이하게도 ’삼강행실도‘를 그려넣었다. 위중한 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면 하늘이 감복해 복(福)을 듬뿍 내린다는 내용을 섬세하게 표현한 것이다. 조선장인의 빼어난 솜씨는 오늘 다시 봐도 세련되고, 절묘하다. 

조선 19세기 나전이층농. 높이 122cm.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인물과 대나무는 무늬대로 오려내는 나전칠기의 줄음질 기법으로, 산과 들은 가늘고 길게 오려낸 후 시문하는 끊음질 기법으로 처리됐다. 장의 옆면까지 문양을 세밀히 새겨넣었고, 동그란 백동으로 앞면 잠금장치를 디자인해 넣어 화려한 문양과 대비를 이루게 했다. 마름모꼴로 처리한 앞면과 측면부의 금속장식도 리드미컬하다.

하단에는 태평성세를 기원하는 산수문이 부드럽게 곁들여졌다. 이 이층농을 비롯해 조선시대 규방문화와 목가구를 한자리에서 음미할 수 있는 특별전이 서울 충무로의 신세계갤러리(관장 황호경)에서 개막됐다. 

조선 19세기 나전원형반짇고리. 높이 9.8cm. 지름 34cm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신세계백화점이 개점 83주년을 기념해 ‘규방문화와 목가구'라는 타이틀로 여는 전시에는 조선시대 규방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공예장식품과 목가구 등 160여점이 출품됐다. 출품작들은 조선후기 사대부 가문 여인네들의 삶의 모습과 그들의 미감을 살필 수 있는 공예품과 규방용 목가구들이다.

유교적 교양과 대대로 이어져온 덕성를 갖춘 여성들이 사용했던 규방용품들은 그 쓰임새를 고려하면서도, 아름다운 기품을 갖춘 것이 공통점이다. 이는 조선의 사회적 격조와 규범을 지키면서도 안주인의 요구와 조건에 맞춰, 똑 떨어지는 명품을 만들어낸 우리 옛 장인의 매서운 손끝과 남다른 미감에서 비롯됐다.

조선 19세기 반짇고리. 높이 12cm. 지름 34cm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이번 전시에는 교양을 위해 책을 읽고 살뜰한 마음으로 편지를 써내려갔을 경상(작은 책상)을 비롯해 화려한 화각장, 나전칠기장 등이 두루 출품됐다. 또 흐트러짐 없는 외모를 관리하는데 쓰였을 다양하고 화려한 화장구와 장신구, 면경(거울), 빗접, 좌경이 나왔고, 아기자기한 바늘쌈지, 화로의 부젓가락과 인두 등 쓰임새를 배려한 섬세한 공예품도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옛 조선의 규방에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서울 신세계갤러리에서의 전시는 오는 11월7일까지 열리며, 이후 신세계 인천점(11.9~12.16)과 부산 센텀시티점(12.18~내년 1.13)으로 순회전시된다. 무료관람. 02)310-1921

yrlee@heraldcorp.com

조선 19세기 대나무붙임빗접. 높이 24cm.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조선 19세기 나전빗접. 높이 31cm. [사진제공=신세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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