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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윤정식> 不通이 빚은…전통시장 ‘억지’ 정책

지난 여름 휴가차 갔던 속초에서 중앙시장을 방문했다. 시원한 물회 한 접시에 그 유명한 닭강정과 오징어순대를 반찬 삼아 먹었던 추억이 생생하다. 올 들어 그렇게 맛난 먹을거리는 처음이었다. 욕심에 시장을 나오는 손에는 닭강정 등이 한꾸러미 들려 있었다. 더 놀란 것은 지방 소도시의 허름한 시장만 상상했건만 몰라보게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던 전통시장의 모습이었다. 인기 상점에는 길게 늘어선 손님도 진풍경이었다.

이미 지난 정부 때부터 비중있게 다뤄진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 전통시장이라면 명절 직전 잠시 들르는 것이 전부였지만 시골에서 직접 시장을 돌아다녀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일단 정부의 전통시장 지원 정책은 짝사랑이다.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지원책을 해마다 쏟아내고 있고,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라는 전통시장 정책 수행 전담기관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백화점ㆍ대형마트ㆍ편의점 등 국내 모든 유통업체가 매달 공개하는 매출 동향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정부는 정책을 펴고도 효과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기술적 것이 문제라면 최소한 주요 전통시장을 샘플링해서라도 기본 동향은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게 정책의 기본이다.

그러면 현재 시행되는 지원책에 전통시장은 만족할까.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대형마트 격주 휴무제부터 시설 현대화 지원책 등은 말 그대로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억지로’ 돕는 정책이다. 만일 이렇게 해서라도 전통시장이 제대로 살아난다면 좋다. 하지만 그렇지도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소비자는 금세 격주 마트서 장보기 패턴에 익숙해졌다는 평가다. 아니나 다를까. 이들 업체의 매출은 8월에도 전월 대비 상승세를 이었다. 현실을 모르고 규제 위주로 만든 정책은 시장의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정부도 현 상황에 답답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도대체 전통시장 상인이 진정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데 기본 정보가 오가지 않아 애로가 많다고 하소연한다. 정부와 상인 모두 정책으로 인한 효과를 보려하기 전에 서로를 향한 불신부터 거둬야 하지 않을까.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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