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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기관장 ‘임기제’ 아이러니
검찰총장 2년→15.9개월…경찰청장 2년→15.6개월…
정치적 중립위해 임기보장 불구
새정부 권력기관장 모두 중도하차




권력기관장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임기제가 유명무실해졌다. 임기제를 도입한 뒤 오히려 임기가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검찰총장, 경찰청장, 감사원장은 법적으로 ‘임기’를 보장받은 권력기관장이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은 각각 2년, 감사원장은 4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이들 권력기관장에게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는 하나다. 외압에 굴하지 말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라는 바람이 담겼다. 이들 3개 기관은 수사권, 감찰권이라는 막강 권력을 가진 행정부 소속이다. 이들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움직일 경우 정치 탄압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는 이들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쪽의 제도개선으로 이어졌다. 권력기관장의 임기제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작 임기제가 도입됐지만 권력기관장의 임기가 임기제 도입 이전보다 짧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검찰은 1988년 노태우정부 때 22대 김기춘 총장(현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임기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21대 이종남 총장까지 평균 임기는 22.9개월이었다. 하지만 임기제 도입 이후 39대 채동욱 전 총장까지 총장 18명의 평균 재임기간은 15.9개월에 불과하다. 24개월의 임기를 채우기는커녕, 임기제 시행 전보다도 7개월 정도 임기가 짧아진 것이다. 30일 이임식을 가진 채 전 총장도 재임기간이 5개월 20여일에 불과했다. 이로써 채 전 총장은 임기제 도입 후 총장직에 오른 18명 중 12번째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한 총장으로 기록되게 됐다.

경찰청장은 2004년부터 임기제가 시행됐지만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임기제 도입 후 첫 경찰청장인 허준영 전 청장은 농민시위 진압과정에서 농민 두 명이 사망하면서 11개월 만에 옷을 벗었다. 이후 김기용 청장까지 6명이 경찰의 수장으로 재임했는데, 이들의 평균 임기는 15.6개월에 불과했다. 6명 중 임기를 지킨 사람은 이택순 전 경찰청장이 유일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한때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킨 인사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더라”라는 말이 회자됐다. 박근혜정부 들어 임기를 보장받을 것으로 알려졌던 김기용 전 청장도 지난 3월 재임 9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1988년부터 헌법으로 임기를 보장하던 감사원장도 새 정부 들어 빛이 바라는 모습이다. 감사원장은 역대 정부에 걸쳐 대부분 임기가 보장됐다. 17대 한승헌 전 원장은 정년 퇴임했고, 국무총리로 영전한 이회창ㆍ김황식 전 원장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감사원장의 임기를 지켰다. 13ㆍ14대 김영준 전 원장과 19ㆍ20대 전윤철 전 원장의 경우 각각 김영삼ㆍ이명박정권이 들어서면서 사퇴한 바 있지만 이들은 한 차례 임기를 마치고 정권 말 연임된 사례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시절 감사원장에 오른 양건 전 원장은 지난 8월 외압설과 함께 임기를 1년7개월여 남기고 갑작스레 자진사퇴했다. 

조용직·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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