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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DSR이다>톱디자이너 이돈태 “디자이너란 사회변화를 꾀할수 있도록 하는 사람”
-英 대표 디자인회사 ‘탠저린’ 공동대표 인터뷰



[헤럴드경제=박수진ㆍ이슬기 기자] “디자이너는 ‘내일을 사는 사람’입니다. 5년, 10년 후의 트렌드를 고민하는 직업이니까요. ‘내일은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어떻게 변할까’. 늘 이런 생각으로 머릿 속이 가득한 사람들이 디자이너죠.”

디자이너는 어떤 직업이냐는 질문에 이돈태 탠저린 공동대표는 주저 없이 이렇게 답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디자인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제품의 혁신을 이끄는 중요 요소.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하는 ‘포어사이트(foresightㆍ선견지명)’를 갖지 않는다면 살아있는 디자인은 만들어질 수 없다.

그래서 모든 디자이너가 내일을 고민하며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간다. 이 대표도 그 중 하나다.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딛었던 15년 전 그 때도,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 ‘탠저린’ 을 이끌며 전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 지금도 그는 똑같이 ‘내일’을 고민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가 고민하는 ‘내일’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 디자인의 흐름, 제품의 트렌드를 고민하는 것은 물론 국내산업이 ‘스톱포인트(정체기)’를 벗어나 도약을 거듭하기 위해 디자인이 해야할 역할도 포함된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넘어 디자인을 통해 사회가 변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가 고민하는 ‘내일’이다. 

이돈태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무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때, 서울 논현동 갤러리 로얄에서 이 대표를 만나 그의 머릿 속을 채운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산업디자이너로 살아온 지 15년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그동안 어떻게 달라졌나요.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탠저린에 입사한 게 1998년이니 디자이너가 된 지 올해로 15년이네요. 그동안 디자인의 범주가 많이 넓어졌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디자인 하는 데서 나아가 더 큰 것을 고민하게 됐죠. 디자인의 최종결과물을 사용할 사람, 환경, 시스템, 제도까지 고민하는 것이죠.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친밀해지기도 했습니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인식도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고요.

-최근 디자인계의 화두는 무엇인가.

▶디자이너 작업이 점차 융합되는 추세입니다. 디자인 세계에서의 영역이 점차 무너지는 셈이죠. 건축가가 제품을 디자인하고 산업디자이너는 건축을 합니다.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건축을 하면 이용계층과 매출을 종합한 복합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겠죠. 건축가들은 디자이너보다 더 큰 스케일로 제품을 디자인 할 수 있어요. 영역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융합되는 것, 이것이 제가 보는 최근의 트렌드입니다.

-‘융합의 시대’에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한 영감은 어떻게 얻나요.

▶엔지니어, 건축가, 조각가, 미술관장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합니다. 한국에 자주 오진 못하지만 올 때마다 자주 만나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실례로 최근 진행 중인 아시아나 A380프로젝트를 하면서도 엔지니어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보를 주고 받고 또 그들을 통해 내가 모르는 분야들을 간접 경험하기도 하죠.

-수많은 국내외 기업들과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영국항공의 비즈니스 클래스 프로젝트입니다.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당시 우리 회사(탠저린)가 프로젝트를 수주한 과정 때문인데요. 당시 전세계 30개 회사가 뛰어들었고 이중 2개 회사가 최종 경쟁을 벌였습니다. 상대 팀은 바로 팀 브라운이 이끄는 ‘IDEO’ 였죠. 매출 규모만 탠저린의 40배에 달했습니다. 회사 규모로는 탠저린이 선정될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영국항공은 디자인의 결과물만을 보고 평가했고 그 결과 탠저린이 선정될 수 있었죠. 아직도 외형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힌 기업들이 많습니다.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매출 규모가 아닌데 말이죠.

-한국 디자인의 미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디자인은 민족, 국가, 종교를 넘어서야 합니다. 내가 디자인한 제품이 특정인들에게만 어필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디자인은 그 제품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해야 하기에 ‘보편성’이 중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한국 디자인은 강한 편입니다. 문제는 몇몇 잘나가는 분야에 한해서만 그렇다는 점이죠. 한국적인 것은 단순한 패턴 하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일부러 한국 전통문양을 새겨넣지 않아도 색감, 비례, 표면 처리 등을 통해서 느껴질 수 있어요. 글로벌 보편성을 갖추는 것이 한국 디자인의 미래를 좌우하는 키(key)입니다.

-디자인의 사회적책임(DSR)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나름대로의 견해는.

▶디자이너로 살다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적 기여에 대한 고민도 깊어집니다. 전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디자인을 접목시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한 때는 융성했지만 이젠 시들해진 산업들, 그런 제품들에 디자인이라는 옷을 입혀 재조명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사회적 디자인’은 이런 모습입니다. 직접 가서 그림을 그려주는 행위를 넘어서서 디자인이 작은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이죠.

-사회적 디자인 실현을 위한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국내 중소ㆍ중견기업의 경쟁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어요. 한때 MP3, 휴대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던 업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실 제대로 살아있는 기업이 거의 없죠. ‘디자인이 그들에게 난관을 해결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디자인을 경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체계화 시켜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게 제 목표 중 하나입니다. 요즘 연세대 대학원에서 이와 관련한 박사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하는 것이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경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잡아서 중소업체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데 기여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sjp10@heraldcorp.com



<사진설명>국내 톱디자이너 이돈태 대표는 경험과 직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하는 선경지명 없이는 생명력이 충만한 디자인은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미래에 초점을 둔 디자인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돈태 프로필

-1968년 강릉 출생

-1998년 영국 로열 칼리지오브 아트(RCA) 석사

영국 디자인회사 탠저린 입사

-2003년 탠저린 아시아 총괄담당 부사장

-2005년~ 현 탠저린 공동대표

-2005년~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겸직 교수

-2006~2012년 삼성물산 주택사업부 디자인 고문

-2008년 대한민국 굿디자인대상 대통령상

-2009년 한국최고경영자회의 창조경영부문 대상 외 독일 레드닷ㆍif디자인어워드, 영국 IDEA그랑프리,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수상

-2013년~ 베이징 성시대학교 객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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