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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잘못된 공약 내놓지 않은 정권 있었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기초연금 공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데 대해 사과했지만 후유증이 만만찮다.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 하루아침에 해당 연령 중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월 10만~20만원 차등 지급키로 바뀌었으니 불만이 비등할 수밖에 없다. 노인문제라는 민감 사안을 떠나 철석같이 믿었기에 실망 또한 큰 것은 당연하다.

정작 낭패스러운 것은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이번 기초연금만해도 수정안이 영 미덥지 않다. 정부 안대로라면 20년 이상 국민 연금에 가입한 40~50대는 기존의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받는 것보다 혜택이 현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초노령연금은 월 최고 9만6800원에서 2028년 20만원으로 오르나 기초연금은 10만원만 지급되기 때문이다. 노령화 추세로 갈수록 기초연금이 쪼그라드는 것이 원인이다. 박 대통령의 ‘어르신 사과’에 대해 중장년 네티즌들이 왜 나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이 없느냐며 불만을 내놓는 이유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건강보험 적용 한계에다 영유아 무상보육비 등 수정이 불가피한 복지 공약이 줄을 섰다. 번번이 사과하며 슬금슬금 뒷걸음칠 것이 아니라 종합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무기력하게 사퇴 운운하고 그 누구도 짐을 대신 지려 들지 않는다.

민주당이 바로 이때다 하며 물고 늘어지듯 정치행태를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과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정당이 있기나 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여느 정권에서도 공약 후퇴나 수정은 비일비재했다. 민주당이 집권한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를 되돌아보면 일일이 열거할 것도 없이 너무도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복지공약이 봇물 터지 듯 쏟아진 것도 바로 그때이고 때문에 실현불가능한 공약이 난무했던 것도 바로 그 10년 세월이었다.

물론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놓거나 또 멋대로 공약을 번복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 이해당사자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일 것이고, 정치적 기만이자 사기라는 주장까지 제기될 만하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가 순도 100%의 진실만을 추구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그런 정치의 결정체인 선거 또한 그럴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단언컨대 문제가 있는 공약은 얼른 바로잡는 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그나마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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