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눈으로 ‘삶’ 세심한 관찰
일상의 사소한 풍경 곳곳에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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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의 달인 구효서 지음 / 문학동네 |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나온 구효서의 소설집, ‘별명의 달인’과 성석제의 소설집 ‘이 인간이 정말’은 이 오래된 질문을 상기시킨다. 구효서가 소설 뒤, ‘작가의 말’에 썼듯이, 작가가 할 수 있는 건, 해야만 하는 건, 자전거 페달을 밟아 도서관으로 달려 가 글을 쓰는 일, “역시 그럴 일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구효서의 표제작 ‘별명의 달인’은 친구들의 성격과 움직임, 특징을 잡아 기차게 별명으로 짓는 친구의 이야기다. 그가 짓는 별명은 너무나 정확하고 결정적이어서 이전의 모든 별명을 제치고 굳어진다. 가령 특별한 게 하나도 없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아이에게 붙여진 발뒤꿈치, 다 좋은 데 늘 하나가 빠지거나 나빠서 온통 망치는 성격의 주인공에겐 구절판의 개고기식이다. 그런 화려한 별명을 구사하는 그가 남몰래 불안과 고통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하곤 깨닫는다. 그가 붙이는 별명은 재미도, 취미도 아니며 그에겐 절박한 무엇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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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중견 작가 구효서(왼쪽)와 성석제의 소설은 독자에게 신뢰를 준다. 독자들은 언제고 믿고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에서 우리는 일상의 일그러진 나의 모습을, 위선을 만나기도 하고 잃어버린 어떤 것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
‘바소 콘티누오’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것만 빼곤 서로 못마땅한 장가 못간 봉한 씨와 아버지 김옹의 얘기다. 행동거지가 다 못마땅한 둘에게 말은 그다지 소통의 매개체가 되지 못한다. 궁금해도 묻지 않고 상대방이 궁금해할 것을 알아서 말하는 법도 없다. 서로 못마땅해도 말하지 않고, 상대방은 알면서도 그만두지 않는다. 그런 걸 알면서도 체념이 안되는 두 사람이다. 말하기 싫어 가사일도 그저 서로 알아서 한다. 한때 봉한 씨는 한 여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김옹은 정육점 집 딸이라며 반대한다. 그리고 김옹 씨가 집을 비운 어느날 여자가 봉한 씨 곁을 떠난다. 봉한 씨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묻지 않는다. 김옹이 더 잘 알고 있을 거란 믿음에서다. 그가 품고 있던 의혹은 한 첼로연주회를 함께 보고 난 뒤 해소된다. 작가는 묻는다. “말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으며 말을 안 한다 하여 삶 또한 달라지지 않을 거라면”. 그런 뒤 스스로 대답을 내놓는다. “시간이 걸리긴 해도, 결국 밝혀지게 된다는 걸”, 그러니 그저 나란히 걸어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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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