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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열정 여전히 30대…끝까지 아름답고 싶다”
정규앨범 어느덧 18집…‘아름다운 걸’인순이
올해로 데뷔 35주년 맞았지만
세월에 짓눌린 앨범은 싫어
젊은 음악에 가벼운 창법 시도
팝스타 셰어와 닮은꼴 행보
분에 넘치는 사랑받은 난 행운아


조로 현상이 심각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수 인순이는 특별한 존재다. 가수의 대표곡, 특히 중견급 이상 가수의 대표곡 이름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인순이를 왕년의 히트곡 ‘밤이면 밤마다’를 부른, 흘러간 가수로만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거위의 꿈’ ‘아버지’ ‘친구여’ 등 인순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노래는 명배우의 필모그래피처럼 다채롭다. 최신 일렉트로닉 사운드부터 강렬한 비트까지, 4년 만의 정규 앨범인 18집 ‘엄브렐러(Umbrella)’에도 추억팔이는 없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청담동 소재 연습실에서 인순이를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순이는 “올해로 데뷔 35주년을 맞았지만 세월의 숫자에 짓눌린 앨범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며 “앨범에 담긴 음악이 젊은 데다 이전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가벼운 창법으로 부르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거위의 꿈’ 편곡으로 인순이와 인연을 맺은 이현승 작곡가가 17집 ‘인순이’에 이어 18집의 프로듀싱을 맡아 제작을 진두지휘했다. 딘딘, 지타(ZTA), 앙리 등 래퍼부터 로맨틱펀치 같은 록밴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후배 뮤지션들이 참여해 대선배와 합을 맞췄다. 앨범에 담긴 곡은 총 14곡으로 타이틀곡 ‘아름다운 걸(girl)’을 중심으로 한 댄스곡과 ‘우산’ ‘내가 노래하는 이유’ 등 발라드로 이뤄져 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은 타이틀곡 ‘아름다운 걸’이다. 이 곡은 이현승 작곡가와 미국인 작곡가 도미니크 로드리게스로 구성된 프로듀싱팀 레드로켓의 작품으로, 최신 팝을 연상케 하는 세련된 사운드와 편곡으로 놀라움을 준다. 여기에 인순이의 탁월한 보컬과 꿈을 포기한 여성들을 응원하는 내용의 가사는 팝스타 셰어가 지난 6월에 발표한 신곡 ‘우먼스 월드(Woman’s World)’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 1998년 50대의 나이에 일렉트로닉 댄스곡 ‘빌리브(Believe)’로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셰어의 행보는 1996년 앨범 ‘더 퀸 오브 솔(The Queen Of Soul)’에서 박진영과 함께한 댄스곡 ‘또’를 히트시킨 이후 인순이의 행보와 적잖이 닮아 있다.

인순이는 “동년배 여성 가수들의 꿈은 패티김 선배처럼 멋진 드레스를 입고 큰 무대에 서서 대곡을 부르는 것이었고, 90년대 중ㆍ후반 마흔을 맞은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며 “당시 이 같은 고민을 우연히 박진영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극구 만류하며 내게 곡을 주고 앨범을 만들어주다시피 했고 그 앨범에서 히트곡 ‘또’가 탄생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내가 처음 노래를 배울 땐 정박에 진성으로 부르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최신 음악은 가성을 활용하고 싱커페이션(당김음)이 중요했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다행히 늘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고 팬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행운아”라고 말했다.

분에 넘치게 받은 사랑을 베풀 곳을 찾던 인순이는 지난 4월 강원도 홍천에 다문화학교 ‘해밀학교’를 개교했다. 인순이는 이 학교의 이사장 겸 교장을 맡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청담동 소재 연습실에서 4년 만의 정규 앨범인 18집 ‘엄브렐러(Umbrella)’를 발매한 가수 인순이가 활짝 웃고 있다.

인순이는 “내 어린 시절은 미래에 대한 꿈이라는 것을 꾸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막막한 시간이었다”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단 몇 명의 아이에게만이라도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순이는 다음달 4~5일 서울 용산동1가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 콘서트를 시작으로 앨범 발매 기념 전국 투어에 들어간다. 전국 투어 이후엔 미국 호주 중국 등을 도는 해외 투어도 예정돼 있다. 공연 제목은 ‘삼삼오오(三三五五)’로, 데뷔 35주년이라는 무게감을 지우는 유머가 돋보인다. 인순이는 4년 만에 공연의 모든 내용을 바꾸고 팬들 앞에 나설 예정이다.

인순이는 “어차피 나이 들어 움직이지 못할 날은 오지 말라고 해도 오게 돼 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결코 세월의 무게에 눌려 살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내 열정의 부피는 30대이며,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여자로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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