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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매주 책 추천, 소장도서 3만권, 동물적인 독서감각 … 총수들의 독서는?
[헤럴드경제=산업부] “사람은 평생 자기가 읽은 책장 숫자 만큼의 사람을 거느릴 수 있다.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왕(리더)이 되려면 그만큼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옛 희랍지역의 속담이다. 국가와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되려면 그만큼 많은 사람을 이끌고, 이해하고, 설득시킬 수 있는 혜안과 철학, 관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독서만한 게 없다는 의미다. 나날이 기업들의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는 오늘날의 ‘산업판’에도 이 논리는 적용된다. 우리 재계에도 글로벌 무한경쟁의 파고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지혜와 철학, 통찰력, 휴식을 얻기 위해 탐독하는 총수, 오너들이 많다.

▶“모든 책엔 길이 있다”… 재계의 독서광들=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재계의 대표적인 독서광이다. 매주 목요일 발간되는 포스코 신문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에게 ‘CEO가 추천하는 이 한권의 책’이라는 타이틀로 직접 책을 권할 정도다. 추천 목록에선 그가 가진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묻어난다. 경제와 세계사는 물론 인체 과학, 와인 등 다양 분야들을 넘나든다.

하지만 책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보는 관점을 제시하는 저서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그가 추천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김동조 지음)’이 대표적이다. 경제학의 관점을 통해 사회 현상을 해석하는 내용을 담았다. 모든 사회는 모방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는 내용을 담은 ‘모방의 법칙(가브리엘 타르드 지음)’, 와인과 과학을 연결시킨 ‘와인에 담긴 과학(강호정 지음)’ 등도 마찬가지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독서량 못지않게 책을 통한 소통으로도 유명하다. ‘소통 회장님’ 답게 수시로 자신이 읽은 책을 SNS등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한다. 지난 8월 자신의 트위터에 “몸은 지쳐서 풀솜 같은데 잠자리에 집어 든 책에 실실거리며 눈이 붙어있다. 내겐 일요일 같은 쉼표가 바로 이 책이지 싶다. 좋다”며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김서령 지음)’를 추천해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낸 소설가 김서령 씨의 첫 산문집이다.

당시 박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된 직후로 지역 상공회의소를 순차 방문하며 민심을 듣던 때였다. 육신의 피곤함을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로 ‘힐링’했던 셈이다.

박 회장은 지난 3월에는 “내가 평생 살아왔고 지금도 매일 돌아다니는 서울이 이렇게 흥미롭기도 쉽지 않다. 주말을 함께 한 책을 추천!”이라며 ‘오래된 서울(김창희, 최종현 지음)’을 추천하기도 했다. ‘오래된 서울’은 서울의 역사에 대해 서술한 책으로 지난 시간 동안 서울이 가진 문화적 다양성을 살펴보는 내용이다.

‘미스터 에너지’로 불리는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독서광이다. 많이 읽을 뿐더러 많이 가지고 있다. 그가 보유한 책은 자택, 회장실, 본사가 있는 동덕빌딩 지하 3층 서고를 합쳐 총 3만여권에 이른다. 마음에 드는 작가의 책을 한꺼번에 모두 구해서 보는 독서 습관 덕분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경제 석학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3차 산업혁명’을 읽은 뒤 리프킨의 저서를 구해 읽고 있는 중이다. 물리학, 지구과학, 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물리학자 리처드 뮬러도 김 회장이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왼쪽부터) 구본무 LG그룹회장, 이건희 삼성전자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대표이사회장, 최태원 SK그룹대표이사회장

▶ 다르게ㆍ깊이 생각하라 … 경영혜안을 구하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 것으로 알려진 총수 가운데 하나다. 책읽는 문화가 깊숙히 자리잡은 일본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내면서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이 몸에 베어있다는 게 그를 지켜본 사람들의 귀띔. 그는 특히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책들을 좋아한다고 한다. 올 초에는 그룹 전 계열사의 팀장급 직원 2000여명에게 혁신 관련 서적인 ‘리버스 이노베이션’을 원서로 선물하기도 했다. 혁신 전문가인 비제이 고빈다라잔 미국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역혁신의 성공사례를 풀어낸 책이다. 미래에는 신흥국에서 만들어진 역혁신은 결국 선진국으로 역류하게 된다는 게 골자다. 신 회장은 이 책을 원서로 처음 접한 뒤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을 목표로 하고 있는 롯데에 시사점이 많다고 판단, 임직원에게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식품, 유통 등 다소 보수적인 사업군으로 짜여진 롯데그룹에 새로운 발상을 수혈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은 “인문학적 소양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고객 만족을 실현함에 있어 사고와 행동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지론에 걸맞는 독서 성향을 자랑한다. 경제ㆍ경영 서적 못잖게 인문학 서적이나 소설, 수필도 즐겨 읽는다. GS그룹 관계자는 “허 회장이 최근 ‘감명깊게 읽었다’며 러시아의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저서 ‘톨스토이의 인생 레시피‘를 주위에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왜(Why)’라는 질문을 던질 것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지론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사이먼 사이넥 교수가 저술한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책을 직원들에게 권하고 있다. 선도기업은 일반기업과 달리 왜(Why)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저서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도 폭넓은 독서로 유명하다. 중국 고서부터 자동차, 시집을 아우른다. 특히 류시화의 시를 즐긴다. 시는 최고경영자(CEO)의 덕목인 간결한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 물론 14년차 장수 CEO로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의 책도 섭렵했다. 마지막 저서 ‘마지막 통찰’은 수십 번 반복해서 읽었다. 최근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란 책을 독파했다. 미국 MIT대 경제학과 교수 대런 애쓰모글루가 쓴 이 책은 세계 역사 속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 경험을 비춰보면 결국 ‘제도’가 국가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내용이다.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업계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최근 안병광 유니온 약품 그룹 회장이 쓴 ‘마침내 미술관’을 즐겨 읽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스스로 미술품을 수집해 서울 미술관을 오픈하면서 30년 간의 열정을 그린 책이다. 

(왼쪽부터) 이상철 LG유플러스대표이사부회장, 정준양 포스코회장, 박용만 두산그룹회장,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몰입형, 동물적인 독서 감각=재계의 정점에 서있는 4대그룹의 총수들은 ‘몰입하는’ 독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웬만한 전문가들을 능가하는 독서량과 정보습득량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특히 국내외 역사관련 서적과 해외 풍물ㆍ 자연을 소개하는 서적을 깊이 탐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업인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전문 서적도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부친을 닮아 역사 서적을 좋아한다. 특히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을 제외하고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뽑는 이순신 장군에 관련한 책들은 모두 탐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 “해외 비즈니스가 많은 만큼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해외 주재원 대상자 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임직원들에게 역사 공부를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기업 관련 서적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은 돈을 빌려주는 사회적기업 그라민 뱅크를 창립해 노벨상을 받은 무하마드 유누스 유누스센터 교수가 직접 쓴 ‘무하마드 유누스, 사회적기업 만들기’도 최 회장이 주변에 여러차례 권한 애독서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초청해 직접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성경이다. 최 회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SK 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틈날 때마다 성경을 읽으며 어려울 때마다 마음의 안식을 찾는다”고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애독서에 대해서는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워낙 다양한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 여러형태로 끊임없이 정보를 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경우 젊은 시절에는 밤을 새도록 책을 읽는 독서광이었지만, 최근 책 못지않게 생명ㆍ문화ㆍ자연 ㆍ역사ㆍ과학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시사프로그램, 영화 등을 즐긴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구 회장도 주요 경제, 경영 관련 서적은 틈틈히 챙겨보지만, 새로운 지식이나 혁신적인 것에 대해서는 직접 찾아가 듣고 보고 경험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다.

10대그룹 임원은 “총수들은 대개 동물적인 경영자 감각 덕분인지 책을 읽는 속도나 핵심이나 본질을 요약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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