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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호관찰소가 뭐길래?
[헤럴드경제=박병국ㆍ서상범 기자]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분당의 가장 큰 번화가인 이 곳에 분당 신도시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인파가 한 자리에 모였다. 법무부가 보호관찰소를 기습이전한 것에 반발해 지역주민과 인근 학교 학부모 수천명이 모인 것이다. 성남ㆍ광주ㆍ하남 지역의 보호관찰대상자 1400명을 관리감독하는 보호관찰소는 지난 4일 과거 위치인 수진동에서 서현동으로 이전했다. 이에 주민들은 새 보호관찰소가 들어선 건물 앞에서 5일 째 연좌농성을 벌이며 관찰소 직원들의 출근을 막았다. 거센 반발에 부딪힌 법무부와 성남시는 결국 이전계획을 백지화했다. 분당 개발 이래 가장 많은 시위인파가 몰릴 정도로 지역주민의 거센 반발을 산 보호관찰소는 대체 어떤 곳이고, 주민들의 반발이 컸던 이유는 뭘까.

▶보호관찰소는 범죄인에 대한 지도 감독 및 관리기관=보호관찰은 범죄를 저지른 이에 대해 자유를 박탈하는 교도소 등 격리시설과는 달리 일정한 의무를 조건으로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허용하는 제도다. 국가공무원인 보호관찰관이나 민간자원 봉사자인 범죄예방위원의 협조를 받아 지도 감독을 하거나, 사회봉사 수강명령을 집행해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형사제도다. 1869년 미국 메사츄세츠 주에서 최초로 입법화된 이후 영국(이하 도입연도 1878년), 스웨덴(1918년), 일본(1949년), 독일(1953년)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9년 7월 1일 전국 12개 보호관찰소와 6개 지소를 개청해 소년범에 한해 실시했다. 이후 성폭력사범(1994년), 성인형사범(1997년), 가정폭력사범(1998년)까지 보호관찰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8개 보호관찰소와 38개 보호관찰지소가 있으며 직원 1310명이 연간 17만8199건의 사건 연루자들을 담당하고 있다.


▶주민은 내 동네 설치 왜 반대하나=헤럴드경제가 지난 16일 논란이 됐던 서현동 지역 주민들과 서울 동대문구 서울 보호관찰소 인근 주민들을 찾아 탐문한 결과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지역의 우범화를 우려했다.

지난 9일 집회에 참여했던 김모(42ㆍ여) 씨는 “주민들의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그는 “아동대상 범죄가 날로 늘어나고 있고, 재범률도 높다고 하는데 학교가 밀집해 있고 인근 학생들이 모이는 중심상권인 서현동 한복판에 보호관찰소가 들어오면 얼마나 많은 시민이 불안에 떨어야 하는 것이냐”며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것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서현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중인 오모(51) 씨도 “보호관찰소에 다니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람이 어딨냐”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재범률이 높다는데, 이에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냐”며 반문했다.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기습행정에 분노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들이 정자초등학교를 다닌다는 기모(35ㆍ여) 씨는 “주민들의 의견수렴은 물론 이전계획이나 공청회도 없이 새벽에 기습적으로 청사를 옮기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주민들에게 제대로 정보제공 조차 하지 않는 보호관찰소가 어떻게 문제 있는 사람들을 교화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동대문구 휘경2동 서울 보호관찰소 인근 주민들도 비슷한 목소리였다. 주민들은 H여고 등 5개 학교가 인근한 지역에 보호관찰소가 들어서 있어 불안하다며 보호관찰소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호관찰소 인근 7개 학교 학부모와 입주자들은 대책위를 꾸리고 지난 10일 이전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H고 인근 분식점에서 만난 윤모(17) 양은 “보호관찰소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낮에는 그나마 괜찮은데 밤에는 진짜 무섭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손모(42) 씨 역시 “보호관찰소에 상주하는 인원이 그다지 많지 않고 밤이 되면 다 빠져 나가다 보니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주위에 학교가 있어 염려스럽다. 이전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대는 특히 가로등도 많지 않아 밤에는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현재 성남에서 시작된 보호관찰소 이전 요구는 서울과 강원도 원주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 “보호관찰소 오해 풀겠다”=보호관찰소 소관부처인 법무부는 이에 대해 “주민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호관찰소는 교화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내 처우 집행기관으로서, 교도소와 같이 중범죄인들을 수용하는 곳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수용시설로 격리해야 할 중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회와 관심을 주는 것이 보호관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들은 지역내 주거환경개선사업 전개, 사랑의 빨래방, 푸드뱅크, 농촌일손돕기 등 지역사회 소외계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뿐 아니라 각종 교화 및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법무부는 특히 소년범의 경우 학생과 무직자로 구분한 뒤 학업기회를 부여하거나 취업을 지원하면서 범죄 연계를 단절하고 있다며 보호관찰소의 기능을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호관찰소에 대한 지역 주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보호관찰소 설치ㆍ이전 시 주민설명회, 공청회, 기타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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